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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무아 Sep 19. 2021

고기로 태어나서 2/2

   우리와 동물 사이에 한 번쯤은 놓여야 할 이야기


  인식하지도 못하지만 남을 대할 때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자기 우월적 시각에서 보는 인간의 본능.

       ㅡ조셉 콘래드 <암흑의 핵심>

            <고기로 태어나서> p381


 생명체를 다루는 일이 이리 비참하고 끔찍해서야 어디 말이 되는 일인가? 이것은 동물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작업 환경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노동자들, 즉 사회적 약자인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가장 적은 돈으로 가장 많이 부려 먹는 것이다. 종사자들의 대부분인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도 횡포에 가깝다. 작가는 그 부분을 이렇게 문제 삼는다.


 ㅡ결국 차별은 혐오로 시작해서 사랑으로 완성된다. '다른' 존재에 대한 혐오와 '우리 편'에 대한 사랑. 차별의 구체적인 형태를 제공하는 것은 혐오이지만 그것에 끈질긴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사랑이다. 뒤틀리고 날이 서 있는 사랑.ㅡ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문제점에 대한 통찰이다. 和而不同. 화목하되 똑같은 끼리끼리로만 뭉쳐 무리 짓지 않는다. 생명 가진 모든 것을 차별하지 않고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왜곡된 사랑을 하지 않는다.

 

 명절을 앞두고 선물 택배 물량이 차고 넘치는 고급 아파트 단지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의 이치에 따라 변함없이 흐르는데 돈이나 재화는 거꾸로 높은 곳을 향해, 많은 곳을 향해 자꾸만 방향을 튼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인간 욕망의 산물이다.

 

 동물에 대해서는 동물 복지 농장이 언급된다. 경제적 논리와 무관하게 보다 나은 환경과 방식을 고수하는 농장. 그러나 그 수는 불과 전체의 1%에 머무른다고 한다. 공장식 동물 농장이라 할지라도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제도화하는 것이 우리가 맛을 위해 번식시키고 때 이른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동물들에게 져야 하는 최소한의 의무다.

 하루에도 수십 톤의 음식쓰레기를 쏟아내는 시대가 소비하는 고기의 양과 종류를 줄이는 것이 동물과 환경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합리적인 길이다. 골프장 시설보다 인간과 동물이 건강하게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동물 보호 시민 단체인 Kara (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에서는 동물학대가 없는 세상,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목표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한 달에 한 번씩 채식을 실천하는 것으로도 동물 농장 동물은 고통 없는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계절 색을 살리는 12가지의 건강하고 맛있는 채식 레시피를 담은 달력을 만들었다. 공장식 축산으로 고통받는 농장 동물을 생각하며 그들의 고통을 당연시 여기지 말자는 취지라고 한다. 채식이든 육식이든 중요한 것은 양이지 종류가 아니라고 한다. 집밥이든 외식이든 필요한 만큼 요리해서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성당에서도 부활절 달걀을 없앴다. 부활절 수요로 급증하는 달걀 소비량을 소화해 내기 위해 24시간 계속 닭장의 불을 환하게 밝혀 두는 등 닭들이 엄청난 수난을 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가톨릭 농민회에서 운영하는 우리농 생명 공동체에서는 동물 복지 농장에서 생산되는 난각 번호 2번인 달걀과 유기농 육류들만을 판매한다. 가격을 생각하면 손이 선뜻 가지 않지만 동물 복지를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이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내 삶의 사소한 부분들을 조금씩 바꿔나가며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극한 체험의 현장을 찾아가 실제 몸으로 살아낸 용기와 탁월한 문장력, 깨어 있는 의식으로 육류 먹거리에 대해 우리 인간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 방대한 분량소설이다.

 발로 뛰며 귀중한 작품을 남긴 작가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


 평등한 기회, 공평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인간으로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한낱 꿈에 불과한 것일까?

 자기 사랑이라는 우상 숭배에 사로잡히기 쉬운 나약함, 원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자기 중심성고발하는 사회소설, 노동 에세이이다.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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