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11월 폭설 <2024>
퇴근 시간쯤에 첫눈이 내렸다. 첫눈에 대한 낭만은 늘 남아 있다. 첫사랑, 포근함, 설렘과 함께 차분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고픈 희망이 담겨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눈은 교통 대란을 일으킨다. 이번 첫눈은 주중 퇴근 시간에 몰아서 5cm 정도 내렸는데 차들이 서로 엉켜서 20분이면 가는 거리를 3시간이 걸리는 불상사를 낳았다.
첫눈이 온 후 이튿날 출근길이 걱정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로 곳곳은 빙판 길이었고 미끄럼 때문에 작은 교통사고도 여러 건 볼 수 있었다. 눈길 운전은 조심해서 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직장에 도착했더니 작년과 달리 눈 치우는 기계로 직원 두 분이 눈을 거의 치우고 계셨다. 나는 차에서 내리면서 크게 인사했다. 너무 고마운 일이다. 작년엔 주차장 눈 때문에 여러모로 고생을 했었다. 주차할 때도 차를 뺄 때도 미끄러워서 혼이 났다. 한번 크게 혼이 나야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인가? 일상을 지내면서 고마운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원활히 돌아가는 이 세상 일들이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면서 작년 100년 만의 11월 폭설이 생각났다.
< 폭설의 눈 예보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올 줄 몰랐다. 주변의 설경은 아름다웠지만 출근길이 문제였다. 우리 아파트는 지상 주차장을 사용하였기에 출근 전 차에 있는 눈을 치워야 했다. 땀이 날 정도로 눈을 치웠다. 차에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다. 도로로 나와서도 힘든 건 이어졌다. 눈이 도로에 쌓이다 보니 차가 속도를 낼 수 없었고 직장으로 들어가는 오르막길은 심지어 미끄러워서 차가 비틀거렸다. 이튿날 목요일도 20cm 정도 왔으나 수요일보단 출근 길이 쉬웠다.
눈을 아이들과 강아지가 가장 좋아했던가? 동네 아파트에서도 직장 근처 아파트에서도 눈사람 만들고 눈싸움하는 아이들의 함성과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100년 만의 11월 폭설로 스키장은 호황이었으나 시설물은 무너지고 사상자가 많았던걸 보면 낭만의 눈이 이쯤 되니 재난 수준이었다. 내가 일요일에 찾는 남한산성의 나무들은 폭설에 주저앉고 꺾이는 등 산 여러 군데가 초토화상태였다. 나무들이 습설이어서 눈 무게를 이기지 못했나 보다. >
올해의 첫눈은 작년보다 적게 오기도 했고 바로 다음날 날씨가 눈이 녹을 만큼 포근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기쁜 새해를 맞이하기에 첫눈 소식은 올해도 작년에도 불편했지만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