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달리기와 관련한 작품이어서 친근함이 느껴졌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예전에 나는 한 5년간 마라톤에 빠져 살았다. 처음 목적은 다이어트로 시작하였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생활에 활력을 얻게 되자 5년간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것은 지금의 체력을 유지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하프 코스는 수십 번을 참가했고 풀코스 마라톤은 한번, 5시간의 기록으로 완주하였다. 20여 년 전 풀코스 춘천 마라톤을 떠올려 보았다. 춘천에 있는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여 의암호수를 도는 코스였다. 전국의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다양한 사투리도 들렸다. 앞에서 뛰던 커플이 나눴던 대화 때문에 웃음이 빵 터졌던 게 생각났다. "니는 마라톤 대회에서 걸어가면 우짜노? 걸으면 그게 마라톤이가?" 마라톤을 하다 보면 걷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리는 무겁고 호흡은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그 커플의 남자도 그 순간이었던 모양이다. 여자가 하는 잔소리에 남자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또 마라톤 복장도 참 다양했다. 이런저런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많은 건 마라톤이 주는 또 다른 재미이다.
요즘 달리기 열풍이 대단하다. 집 주변의 성내천, 올림픽공원, 석촌호수 등 뛸만한 곳이면 쉽게 러너들을 볼 수 있다. 나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짧게 뛴다. 우리나라, 해외 여행지에서도 달리기는 포기할 수 없단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사람들이 달리기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심장에 압박감이 가면서 땀이 나는 게 좋다. 이런 운동 효과도 있지만 함께 달리기에 더 좋다. 무엇보다 골인했을 때의 힘듦, 자유와 희열이 있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쓰기와 마라톤을 병행하면서 창작 활동을 한다. 뛰어난 재능이 없는 사람은 마라톤의 꾸준함으로 우물을 파 나아가, 어느 날 수맥을 만나는 기쁨을 얻는다는 비유가 맘에 들었다. 나 또한 특별할 것 없는 재능으로 직장 생활을 꾸준히 하면서 성취를 얻다 보면 진정한 나를 볼 수 있으리라. 계속 달릴 거고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며 내가 원하는 셀프로서의 모습을 찾을 거다.
마라톤과 인생은 닮았다. 둘 다 빠르지 않아도 좋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야 하는 점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