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햇살

by 유니

11월의 햇살이 따뜻하다. 11월의 날씨는 겨울의 문턱, 늦가을의 스산함으로 종종걸음을 하게 하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눈을 찌를 만큼의 강한 여름의 햇살과 다르다. 가을이 우리에게 건네는 마지막 악수처럼 조용한 빛을 품고 있다. 그 햇살을 따라 산길을 오른다.


발끝에 닿는 낙엽들이 수북하다. 은행나무, 참나무, 단풍나무 잎들이 낙엽으로 어우러졌다. 밟을 때마다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집중해 보았다. 밟을 때마다 같은 소리인 듯 다른 소리가 났다. 오늘은 여유 있게 그 소리에 초집중해 보았다. 마치 듣기 평가에 임하는 수험생이나 영어 듣기 수업에서 뜻을 이해해 보려고 애썼던 나의 모습처럼 말이다. 낙엽 밟는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충분히 가을 소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어느새 내 마음은 고요해지고 나와 낙엽에 떨어지는 햇살도 더 정겹게 느껴졌다.


400여 m 정상의 공기는 맑고 청아하다. 숨 가쁘게 잘 올라온 성취감과 따뜻한 햇살로 오늘은 마음에 여유가 있다. 산 정상 한편에서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뭔가 하는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다. 햇살 좋은 곳에서 너구리가 천연덕스럽게 놀고 있었다. 오랜 시간 남한산성과 함께 했었는데 너구리를 본적은 처음이다. 너구리는 야행성 동물 아니었던가? 사람들과 가까워진 거리가 신기하고 조심스럽다. 어제 오금 공원에서 본 청설모가 생각났다. 따뜻한 햇살이 좋았는지 나무 위로 후다닥 도망가지 않고 공원의 탁자 위에서 놀고 있는 모습 말이다.


11월의 따뜻한 햇살 덕에 나도 동물들도 한가로운 하루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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