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와 노랑

by 유니

봄기운이 가득한 일요일

산성의 꽃들을 만나러 나선다

따뜻한 날씨로 모처럼 산 입구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덩달아서 내 마음도 활기가 넘친다


같은 산 같은 코스여도

계절마다 내 컨디션에 따라

오르는 기분은 수백 가지

지난밤 숙면으로

속도를 냈더니 이마에 가슴에

땀이 흐른다

내 몸에 집중하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서문에 저 도착한 남편의 응원으로

가뿐 호흡을 가다듬는다


산성 길을 따라 따뜻한 햇볕이 쏟아진다

그 길목에 드디어 들꽃이 보인다

보라 제비꽃, 노랑 양지꽃이다

제비꽃, 양지와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강한 생명력이 좋다

꽃말은 겸손과 순수한 사랑이다

장미과의 양지꽃은 이름대로 햇볕을 좋아한다

꽃말은 희망과 명랑함이다


나의 정원에 꽃 잔치가 시작되고

까마귀 한 쌍이 유난히 큰 소리로 노래한다

소원 한 스푼 돌탑에 올린다

그 옆에는

겨우내 얼었던 얼음 녹는 계곡의 물소리가 청아하다


하산 후 집 근처 골목길 카페의

에스프레소 향기가 짙다

골목길 끝 감나무가 있는 단독주택에 사는

할머니를 또 본다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누군가를 기다리시는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표정에 그리움과 체념이 묻어있다


남한산성의 자연과

동네 골목길에서

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들어온 걸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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