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계획에 반칙하여 아웃될 뻔

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by 그님



겉옷 빨래를 세탁기에 돌린다고 빨래거리가 있으면 다 내놓으라는 남편.

'내가 해도 되는데.....'

그러려니 하고 겉옷을 내놓았더니 산에 다녀와서 빨래할 거라고 말한다. 아니 해가 좋을 때 빨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계획을 변경하고 세탁기 버튼을 누르고 산에 가는 남편이닷.


잘 다녀오시라고 하고 난 후 블로그 하려 컴퓨터 책상에 앉은 나. 세탁이 다 되었다고 멜로디가 나를 부른다. 섬유 린스를 넣고 두 번 더 헹굼. 표준 탈수로 다시 돌렸더니 마쳤다는 멜로디가 또 나를 불러댄다.


마침 산에 갔다 집에 들어온 남편. 세탁기 앞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옷을 꺼내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다시 세탁기 돌리는 소리에 기겁하고 빽~


"아니, 세탁기 다 돌렸는데."

"응? 언제 돌렸어요. 내가 다 하려고 했는데."

"세탁이 다 되었다고 멜로디 듣고 린스 넣어서 다시 돌렸거든."

"그래요? 내가 하려고 다 계획을 했는데 당신이 했다고?"

"다 끝나서 내가 돌렸지. 꺼내기만 하라고."

"그럼 말을 했어야죠. 다 돌린 거라고. 참내."


그치, 내가 실수를 했네. 깨갱~

'다 돌렸다고 말할걸~'


항상 세탁이 끝나면 세탁기 앞에서 빨래를 툭툭 터는 남편. 내가 꺼내면 질색한다. 빨래를 털어서 갖다 널어야 먼지가 덜 난다고.

세탁기에서 빨래를 몽땅 꺼내서 건조대 앞에서 털며 하나씩 너는 나. 늘 그게 못마땅한 남편은 빨래 꺼내는 담당을 자초한다.


"반칙이네. 반칙. 내가 세탁기 돌리고 나갔으면 마무리도 내가 해야죠."

"에구~ 이거 어떡하지. 벌써 돌려서 물이 나오는데....."

"에이, 한 번 더 돌리지 뭐."

"그리고 당신, 앞으로 내가 세탁기 돌리면 내가 마무리도 할 테니까 그런 줄 아슈~"

"참내. 왜 이렇게 행동이 빠른 겨~"

"오늘은 당신이 반칙한 거예요. 반칙. 다음부터 그러면 아웃이에요."


"아웃? 좋지. 아웃 당하면 나는 좋지."

"아니 그게 아니고 다음에 내가 한 것은 내가 마무리한다는 뜻이에요."

"요즘은 왜 이렇게 빨러~ 청소기도 벌써 돌리고. 정신이 없네."

"내가 할 것을 그렇게 다 빼앗으면 난 뭘 해요?"

"당신은 운동하고 왔잖아. 산에 갔다 와서 힘드니까 쉬라고 해놓았지."

"어구~ 괜찮아요. 나는 힘이 남아도는 사람이니께."

"그건 아니지. 당신이 나보다 5살 위니까 당신을 애껴야지."

"그려? 그럼 앞으로 당신이 다 하슈~"

"에이~ 그건 아니구~~~"


낄낄낄~~~ 낄낄낄~~~


이틀에 한번 새벽에 기체조하러 가는 남편. 아침 먹고 탁구를 치러 가는 남편. 기체조가 없는 날이면 탁구 치고 산에 가는 남편이다. 운동을 하고 오거나 산에 다녀와서 청소기 돌리는 남편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청소기를 돌리는 건 운동이 아닌데 집 안에서라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든 나. 남편이 운동하러 가면 바로 청소기를 돌리게 되었다는 사연.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기 때문에 움직일 거리를 생각하다가 청소를 하였다.


요즘 웬일이냐고 하는 남편이닷.


뭐얼~ 집안일이지. 미루기를 일삼는 나였는데 신기하다고. 미루기가 즉시가 되었다고. 안 해도 된다고. 남편이 도와주겠다고. 나는 블로그 하라고 하는 남편.....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너무 많이 의지하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상으로 돌아온 거지 뭐.


항상 나보고 느리다고 잔소리하던 남편.

미룬다고 잔소리하던 남편.


오.늘.은

요.즘.


당장, 즉시 했다가 아웃될 뻔~!!!


그래도 좋다.

그래도 즐겁다.

그래도 행복하다.


언제 또 게으름을 피울지 모르는 나. 나도 나를 알 수가 없다는.....

당분간 계속 부지런함을 유지하려는 나. 나도 계획이 있다는~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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