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햇살이 창문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방문 열고
"그님씨, 그님씨~"
노래 부르듯이 이름을 부르며 들어오는 남편. 기분이 좋은가 보다.
"어때~ 컨디션 좋아요?"
남편은 커튼을 걷는다. 밝은 기운이 창 안으로 가득 들어온다.
꼼짝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이불을 휙 낚아챈다. 침대에 들러붙어 있었더니 나의 발에 차가운 손을 대는 남편. 개구쟁이 모드닷. 움츠러든 발을 번쩍 들고일어나 앉았다. 이쯤 되면 항복하고 나가야 한다. 잠에서 깨어 기분 좋은 아침이닷.
아침을 준비해 준 남편이 고마워 포옹을 하고 뽀뽀를 하려는데 거절당했다.
"왜애~ 사랑이 식었어?"
"아니. 그건 아니고요. 감기 기운이 있어서....."
"감기같이 걸리면 되지."
"안돼요. 뭘 좋은 거라고 감기를 같이 걸려요."
거절당했어도 기분 좋은 마음이닷.
모든 게 남편의 하루 계획 속에 진행되고 맞추는 나는 로봇? 물들어 간다. 짜인 계획에 나를 맞추는 게 더 쉽다. 편하다.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참 좋다.
각자 따로 운동을 하러 다녀온 후 컴퓨터에 앉아 블로그 하는 나.
뜬금없이 남편은
"하~ 당신은 정말 알뜰햐~"
"뭐가? 나 알뜰하지 않은디. 헤프지."
"아녀. 당신은 알뜰하고 나는 궁상이고."
왜 그러실까 싶다. 갑자기. 그러거나 말거나~
한참 블로그를 보고 댓글 쓰고 있었다. 남편이 옆에 앉아 뭔가를 사부작거리는 느낌이 어째 싸하게 전달. 고개를 돌려 옆을 돌아보니
띠로리~ 와와와~
바느질을 하고 있는 남편. 이게 웬일~ 놀랍고 또 놀랍다. 바느질거리가 있으면 항상 몇 날이고 보채다시피 하여 꿰매주곤 했는데 말도 없이 바늘과 실, 가위를 들고나와 가방과 함께 씨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얏~"
"응. 탁구장에 매고 다니는 가방인데 뜯어져서요."
"그걸 당신이 꼬맨다고?"
"응. 나는 꼬매면 안 돼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당신이 바느질을 하는 걸 처음 봐서."
"한번 해보는 거예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예전 같으면 저리 비키라고 하면서 꿰매주고도 남았을 것을 블로그에 빠져 남편이 바느질하든 말든 신경을 안 썼다.
글을 읽다 옆을 보고 댓글 쓰다 옆을 보니 갑자기 든 생각에 핸드폰으로 사진 찰칵~ 소리가 너무 컸다.
남편이 바느질하며 낄낄낄 웃는다.
"또 나야~ 내가 또 글쓰기 먹잇감 되느냐고."
"그야 모르지. 뭘 쓸지 모르니까 찍어 둬야지."
"에구~ 내가 이걸 꼬맬 줄이야~ 근데 예술이야~ 나도 잘 꼬매네요."
자화자찬을 푸짐하게 감탄사까지 추임새를 넣는 남편이닷.
"이렇게 꼬매고 있으니까 내가 왜 궁상떠는 것 같지?"
"당연하지. 그거 아들이 대학생 때 쓰던 가방인데..... 버리고 그냥 사지이~ 다 낡았는데."
"아직 쓸 만해요. 우리 부모님께 물려받은 궁상인데 그냥 버리면 안 되지."
"에구~ 그걸 지지리 궁상이라고 하는 거야. 왜 옛날식으로 살아?"
"아직 쓸만하니까요. 물려받은 궁상을 잘 써먹어야죠."
또 혼자 낄낄낄 웃는 남편이닷. 나도 옆에서 같이 깔깔깔 웃는다. 궁상인 줄 알면서 궁상을 떠니까~
다 꿰맸단다.
"햐~ 이거 감쪽같네. 당신이 한 것만은 못하지만 이거 내가 꼬맸어~"
감격했나 보다. 감동까지 스스로~
자세히 핸드폰을 들이대면서 보니 삐뚤빼뚤해도 그냥 봐줄만~ 참 궁상스러운 남편이닷. 아니 알뜰해야 하다고 해야 하나~ 그건 아닌 것 같다.
택배가 왔다. 어제 주문한 쌍화탕 50병이 문 앞에.
"이거 뭐여? 왜 이렇게 무거워요."
"어~ 그거~ 쌍화탕. 겨울 돼가잖아."
"또 시켰어요?"
"응. 당신 드시고..... 당신이 아는 사람들하고 나눠 마시라고."
"고맙소. 교수님 만날 때 가지고 가서 마시고... 친구들 만날 때 따뜻하게 데워가서 마시면 되겠네."
"그려~ 또 있잖아~ 기타 모임도 가져가고, 과학관 봉사자들하고도 나누어 드시고....."
"알았어요. 역시 당신은 알뜰하다니까~ 나는 궁상이고."
남편의 궁상은 "쓸데 쓰고 아낄 때 아끼자" 주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행복이 별거 있나 싶다. 이게 행복이지.
웃음으로 행복을 잡은 오늘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