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새벽에 기지개를 켜며 다리를 쭉 뻗자 종아리에 뭔가 뭉쳐지는 느낌과 함께 쥐가 났다.
'아~ 큰일 났다. 어쩌지.'
무서운 것보다 아플 것 같은 생각이 파고드는 가운데
'안되겠다. 어찌 되었든~'
다리를 접어 허벅지에 붙이자 더 똘똘 뭉치며 쥐어짜게 아플텐데 서서히 풀려갔다. '휴~ 살았다.' 싶은데 종아리의 아픔은 그 자리에 남았다. 누워 있는 채로 팔을 내려 종아리를 조물조물 주물렀다. 깜깜하고 조용한 새벽. 쥐가 나 단잠을 깨웠지만 마음속에 걱정을 담고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침이라고 알리며 남편이 방문을 열자 나는 반가운 마음에
"쥐났어. 종아리 아퍼."
"어디? 어느 쪽이 쥐났어요?"
나보다 더 놀란 듯이 묻는 남편한테 왼쪽 다리를 가리키며
"이쪽."
말이 끝나자마자 왼쪽 종아리를 주물러 주는데 아프다. 한참을 주물러 준다.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이제 됐어."
"됐어요? 괜찮아요? 천천히 일어나서 걸어봐요."
일어나서 걷는데 여전히 아프다.
"아직도 아프네."
급하게 약 상자를 열어 소염 진통 연고를 찾아와 발라주는 남편.
"이제 좋아질 거예요."
딱 거기까진 좋았다. 아침을 먹으며
"거기 쥐난 거 풀려면 맨발 걷기 열심히 해야 해요. 아침 먹고 바로 나갑시다."
집에서 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운동 나가자고 재촉하는 남편이닷. 진짜 뭔 말을 못 하겠다. 말만 꺼내면 운동, 운동이닷. 또 따라나서는 나는 뭔지~
캠퍼스에 나갔더니 학생들은 등교하느라 바쁜 시간. 우리는 신발 벗고 걷는다.
"아~ 맨날 앞서서 가던 사람이 오늘은 왜 이리 뒤처져서 걷는 겨~ 빨리 앞으로 가슈~ 왜? 종아리 아픈겨?"
쥐난 종아리가 뻐근하니 뒤에서 꼬집는 듯 잡아당기는 것 같다.
"응. 아프네."
천천히 뒤따라 걷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남편한테 실없는 농담을 건네본다.
"여보. 당신 뽀뽀해 줄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짝 흘겨보는 남편.
"됐슈~ 안 해도 돠~"
"있잖아~ 드라마에서 보면 엔딩에서 뽀뽀 말고 키스를 하면 주변에서 감동해서 박수 쳐주잖아. 혹시 알아? 학생들이 운동장 주변에 모여서 박수 쳐 줄지."
"소설을 쓰네. 소설을 써요. 잔말 말고 걷기나 하슈~"
"왜~ 재밌잖아."
몇 걸음 달려가서 남편 앞에 섰다니 주먹을 번쩍 든다.
"하지 마요. 이거 보여?"
불끈 쥔 주먹을 나에게 들이댄다.
"여기서 그러면 주먹이 날아가니까 조심하슈. 나 이래 봬도 당수도 단이야."
"그려~ 난 안 무서운데"
아직도 애정표현을 쑥스러워하는 남편. 영~ 아닌가 보다. 웃자고 한 농담에 양손 주먹을 굳게 쥐고 잽싸게 앞서 나가는 남편이닷. 당당하게 주먹을 높이 흔들며 씩씩하게 걷는 남편. 바라보는 뒷모습이 귀엽다.
어제 내린 비로 바닥이 융단처럼 부드럽다. 새벽에 다녀간 발자국들이 도장을 쿵쾅 찍어 남겨져 있는 운동장. 그 뒤를 따라 우리의 발 도장을 찍어가며 해맑은 아침을 걷는다. 늘 남편이 씻겨주던 대로 세면대에서 발 씻김을 당하고 집으로 갔다.
점심때 학사식당 오병이어에 가 점심 먹고 둘레길 따라 산책하며 공대 뒷산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밤 안 주울 거니까 앞만 보고 가슈~"
"나도 이제 안 주울 거야~"
뒷산에 밤나무가 많은지 바람에 떨어진 밤이 눈에 보인다. 눈에 보이는 걸 줍다 보면 모기에 물리기도 한다. 안 줍기로 마음먹고 앞만 보면서 가려 해도 옆도 보게 된다. 옆을 보게 되면 밤나무 아래를 잽싸게 스캔 쓰윽~ 날이 갈수록 살이 오른 통통한 알밤이 내 눈에 스캔 당했는데 어찌 안 줍고 가리오. 남편의 눈에도 스캔 당한 알밤이 주워 달라고 윙크하는지 주워서 주머니 속에 넣는다.
걷다 보면 눈에 보이는 알밤.
허리만 굽히면 주울 수 있는 알밤.
우리 눈에 띤 밤은 어쩔 수 없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줍고 또 줍고. 눈에 보이는 것만 주웠어도 넉넉잡고 1kg 이상~
자연의 결실에 감사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