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저녁 먹고 산책하려 로비층으로 내려왔는데 비가 흩날리고 있다.
"어~ 비가 오네. 잠깐 기다리구료. 차에서 우산 갖고 올게요."
"그냥 들어가지. 비가 내리는데 오늘은 쉬어."
"쉬긴 왜 쉬어요. 나왔으니 산책 가야죠. 운동도 밥 먹듯이 해야 돼요."
집으로 갈리 없는 남편이다. 로비 층 앞에서 뻘쭘하게 서서 기다렸더니 차 트렁크에서 우산 두 개를 가져온다. 우산을 펼치자 남편도 우산을 펼쳐들고 걷는다.
대학 캠퍼스로 갔다. 앞서가는 여학생이 네모난 커다란 숄을 쓰고 와서 남학생에게 들어오라고 한다. 남학생은 성큼 걸어갔다. 두 사람은 숄을 두르고 비를 대충 피했다.
반짝이는 나의 생각은 질투일까 부러움일까.
"여보, 우리도 우산 하나로 쓸까?"
더 생각할 여지없이 날아온 한 마디.
"됐슈~"
"저기 학생들은 숄을 하나로 쓰고 가잖아."
"그래서요."
"우리도 다정하게 우산 하나로~"
더 들을 필요 없다 싶은 남편은 말을 자른다.
"됐다니까요. 둘이 하나씩 쓰고 가요. 편하게."
남편의 쌀쌀한 대답에 마음속 청개구리가 올라왔다.
"왜애~ 사랑이 식었어?"
"당신 빗물 떨어져서 추울까 봐 그렇죠. 어깨에 빗물이 떨어지면 축축하잖아요."
감동을 주는 남편이지만 밀리지 않는 나.
"괜찮아. 젖으면 어때. 집에 가서 씻으면 되지."
"앗~ 그래도 안돼요. 그냥 가요."
남편의 말을 듣고 우린 앞을 바라보며 각자 우산 한 개씩 들고 걸었다는 사실. 걷는데 나의 우산 살에 남편의 머리가 콕 찍혔나 보다.
"아이 참 내."
"왜?"
"우산 똑바로 들어요."
미안하지만 웃음이 나와 깔깔깔 웃었다. 나도 남편이 쓴 우산살에 머리가 찍혔었으니까.
"이히히히히~ 이번엔 당신이 찍혔어?"
"그려. 저만치 떨어져서 걸어요."
"거 봐. 당신이 키가 컸어 봐. 그럼 우산살에 찍힐 일이 없잖아."
"그걸 내가 어떻게 해요. 부모님이 이렇게 낳아주신걸."
그건 그렇지. 어쩔 수 없는 유전 인자인 거지 싶다. 우린 아쉽게도 서로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걸었다.
다음날 점심에 오병이어 학생 식당에 가려는데 또 비가 내린다. 참, 비도 자주 내린다. 쓸데없는 비가. 가을비는 농작물에 영 도움이 안 된다고 했는데.....
농작물 뿐만 아니라 나의 마음에도 비를 뿌린다. 흐린 하늘에 비가 내려 우중충하니 기분이 내려간다.
알까~ 모를까~
비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최헌 님의 노래가 생각난다. 갑자기.
그. 런. 데. 오늘은 우산이 하나다. 준비가 철저한 남편인데 어쩐 일로 우산이 딱 하나.
"여보, 어제는 우산 두 개 들고 와서 각자 쓰자고 하더니 오늘은 하나야?"
"내 맘이죠."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 맘 나도 모르는데 남편 마음을 내가 어찌 읽으리오.
"여보, 우산 하나 더 꺼내와~"
"싫어요."
"왜?"
"오늘은 그냥 하나로 써요."
"불편하다매."
"안 불편해요. 그냥 조용히 쓰고 가요."
"참내. 어제는 따로 쓰자고 해놓고. 오늘은 마음이 변했나 보네."
"당신이 좋으니께 그렇지."
"그려? 사랑이 식은 줄 알았더니 아니구만~"
"당연하지. 이 사람아~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디.당신은 나의 베프야 베프. 나의 뼈 중의 뼈. 갈비뼈. 알아요?"
갑자기 갈비뼈까지 운운하다니~
"나도 갈비뼈 있어. 당신은 당신 갈비 뼈고."
"아니. 그 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당신을 나의 배필로 주신 갈비뼈라고요."
이런 때 성경 말씀을 운운하다니 할 말이 없는 나. 남편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 하느니.
비가 내려 다운되어 가는 기분을 웃음 주는 남편이닷. 하늘은 우울해서 비를 내려도 우리는 서로 바라보며 웃을 수 있어 참 좋은 오늘이다.
감사. 행복.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