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명절로 인해 교회에서 점심을 안 한다고 피자를 사들고 들어온 남편. 우리 둘만 해결하면 된다. 둘만의 특별식을 먹자고.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샘 스테이크 피자를 주문해서 직접 배달했다. 헤헷~ 센스 만점 남편이닷.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든 가리지 않고 다 맛있다고 하는 사람. 선택권은 늘 나에게 있다. 좋지만 그리 좋지만은 않다.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도 먹으면 좋은데 약간 까다로운 나의 식성에 양보하고 배려한다.
그걸 알기에 예의상 물어본다.
"햄버거는 어때?"
물어보지만 늘 돌아오는 대답은
"당신이 좋으면 다 좋아요."
일요일에도 내가 좋아하는 피자로 특별식을 먹게 되었다.
칼로리가 높다고
뚱순씨 된다고
여간해서 피자를 잘 안 사고, 안 먹는 남편인데 일요일은 어찌 피자를 샀는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샘 스테이크 레귤러 사이즈를 사면 둘이 딱인데 라지 사이즈를 주문한 남편. '맛있다. 맛있다.' 감탄하면서 먹고 있는데 남편은 두 조각을 드시고 남긴다.
"왜 안 드셔? 당신 피자도 좋아하잖아~ 이상하네."
"난 이만하면 됐어요. 오늘은 많이 안 땡기네요."
"거짓말. 어서 드슈~ 남기면 먹을 사람도 없슈~"
"정말이야. 딸이 사 온 빵을 먹어서 그런지 배가 부르네요. 그만 먹으리다."
그만 드신다고 손을 터니 눈치 보이는 나.
"나 반쪽 더 먹고 싶은데 당신이 반쪽 드시면 안 돼?"
"그러시구료."
가위로 자른 조각이 어째 삐뚤게 잘렸다. 한 조각을 3등분으로 잘랐다.
"잘 됐네. 난 작은 것 한 쪽만 먹을 거니까 나머지는 당신이 다 드셔."
"아녀어~ 내가 작은 걸 먹을 테니 당신이 다 드슈~"
이건 뭐 형님 먼저 아우 먼저닷. 결국은 내가 작은 것 하나, 남편은 남은 두 쪽을 드셨다.
남은 것은 세 조각.
"이건 목요일 점심에 나는 친구랑 약속 있으니까 당신 몫이에요. 냉동실에 넣었다가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드슈~"
'그럼 그렇지. 다 뜻이 있었지.' 싶었다. 나 혼자 있으면서 라면으로 대충 먹을까 봐 염려되어 미리 피자를 사 먹고 남긴 것이다. 어째 평상시 먹는 것보다 안 드신다 싶었는데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지난주 혼자 있을 때 라면을 먹었는데 외출했다 돌아온 남편.
"오늘 점심은 뭘로 드셨나?"
"라면."
"라면 드시면 어떡해요. 밥으로 잘 드셔야지."
말하고 다음에 무얼 사 놓을까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남편이닷.
냉동실에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피자 세 조각은 남편이 아침 일찍 냉장실로 옮겼다는 사실.
"여보, 이거 잘 데워서 드시구료. 맛있게."
"응, 고마워~"
"고맙긴~ 당신이랑 밥 먹어야 하는데 친구들과 먹으니 내가 미안하죠."
"안 미안해도 돼~ 대충 먹어도 이것저것 잘 먹으니께."
"알았어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사주고 갈 테니까요."
"누굴 돼지로 아나~ 없슈~"
그 피자를 오늘 먹게 되었다. 혼자서. 전자레인지에 피자 두 조각 데워서 먹는데 5분도 안 걸렸다. 나도 돼지인가벼~
피자를 주문할 때 내가 신중하게 주문하는 것 중의 하나는 도우에 치즈링을 꼭 넣어야 한다. 피자보다 도우와 먹는 치즈를 더 좋아한다. 피자를 먹을 때는 살 제대로 찔 준비 완료. 나의 정량은 두 조각. 더 먹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반 조각 더~ 라지 사이즈일 때만.
시누이가 명절에 준 호박팥차를 끓였다. 처음 먹어보는 호박팥차인데 건강을 생각해서 콜라 대신..... 약간 들기름 맛이 나고 부드러웠지만 느끼하기도.
조합이 엉성하지만 귀차니즘. 눈에 보이는 대로 대충 해결하면 끝. 먹는 사람은 나니까.
맛있으니 행복.
먹었으니 감사.
즐겼으니 기쁨.
피자 두 조각과 호박팥차로 행복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