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새벽에 기체조를 월, 수, 금요일에 다녀오는 남편.
기상해서 기체조하러 여유롭게 룰라랄라~
기체조를 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집에 달려와 아침 식사 준비하고 깨운다. 나를~
아침 일찍 나는 안과에 가야 한다. 하마터면 기체조 다 마친 후 늦게 올 뻔했다고. 나보다 더 긴장하며 체크하는 남편이닷. 병원에 조금 늦으면 어때서~
늦으면 안 되지. 한 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하니까. 부지런한 남편은 시간 낭비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
졸림을 떨치고 일어나 아침 먹고 병원행~ 안압이 약간 올랐다. 염증이 사라지지 않았단다. 약 넣고 약 먹고 화요일에 또 오란다. 그땐 혼자 가야지..... 같이 가 준 남편한테 늘 미안한 마음.
안과는 대기 시간 기본이 30분. 진료 마치고 나오면 45분. 약 나오는 시간 10분 정도.
멀리 주차하고 밖에서 기다리는 남편한테 전화했다.
홈플러스 가서 쇼핑하잔다. 바지 사준다고. 주머니 돈이 쌈지돈이지만 기분 좋게 콜~ 그. 런. 데. 벌써 겨울 옷들이닷. 원하는 얇은 바지가 없다.
평상시 입고 싶었던 줄무늬 티셔츠가 눈에 들어온다. 없으면 있는 걸로~ 고민 없이 색깔별로 석 장을~ 나중에 사려고 가보면 다 팔리고 없어서.....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은 발바닥 이중 쿠션이 있는 양말이다. 세 켤레 한 묶음을 사려 했더니
"사는 김에 두 묶음 사요."
"응? 알았어."
두말하면 잔소리라 무조건 오케이~ 샴푸, 치약, 냉동 만두까지 카트에 담았다.
인심은 남편이 쓰고 결재는 내가 한다. 내 것을 살 때는 내 것이라 인심 쓸 수 없으니 남편이 더 사라고 할 때 더 사야 한다. 집에 가서 더 사 올 걸 후회하는 나라서. 그.리.고. 구입해야 할 물건들이 기억에서 멀어지고 잊혀 가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노화 증상이라 여기고 마음에서 빨리 비운다는~
병원 갔다가 쇼핑도 했으니 이제 점심시간. 내 배가 고픈데 남편은 얼마나 배가 고플까 싶은 생각을 하는 찰나.
"여보, 오늘은 내가 쏠 테니 거저울 곤드레 음식점 갑시다. 당신 좋아하는 집요."
"좋치이~"
외식 생각에 기분 삼삼하게 주차장에서 나오려는데 운전대를 잡은 남편은 망설인다.
"이쪽으로 가야 하나? 저 길로 가면 어디 나오지?"
"아니, 아니. 그쪽으로 가면 유턴해야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려. 이쪽으로 가는 게 더 빨라."
"어~ 그래요?"
가다 말고 살짝 비튼 운전대를 바로잡아 앞으로 직행~
남편이 운전대를 잡고 고민할 때가 나에게 가장 걱정되는 순간이닷. 마치 사람이 길 가운데서 서성거리는 것 같다. 그럼 안 되지. 주행 속도를 흐름에 맞추어야 한다고 나한테 말해 놓고선..... 주워들은 게 많으니 걱정도 많다.
"여보, 당신 맡겨놓은 신발 찾는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사거리 직진해서 앞쪽에 주차하고 신발 찾아와. 그러면 식당에서 밥 먹고 이리로 돌아오지 않아도 되니까 시간 낭비 안 하지."
"응~ 그러네. 알았어요. 여기 주차하고 신발 찾아 오리다."
등산화 찾는데 약 2분.
"어디로 나가야 하지?"
"앞으로 가서 좌회전해서 우회전하면 돼."
"여기서... 저기서... 꼬부라지면 되겠네요."
"그치. 그러면 큰 길 나와."
큰 길가로 나왔다.
"이제 여기서부터 알겠지?"
"여긴 알죠."
확인하고 안심하고 눈을 감는다. 잠시 눈 휴식 시간을 가졌다. 믿고 맡기고. 눈은 감고 있으되 운전하는 남편의 방향 조절에 따라 어디를 지나치는지 나는 대충 가늠한다.
"여보~ 다 왔어요."
"왜 큰 길가에 주차했어? 주차 단속하면 밥값보다 더 나오는데."
"여긴 길이 좁아서 들어가기 힘든데..... 나오기도 힘들고."
"그래도 들어가야지."
"아~ 나참. 다음부터는 당신이 운전해요. 운전면허 따서."
"그려~ 난 운전면허 없어도 운전 잘 해. 입으로."
"그러니까 당신이 운전 계속 하슈~"
"그럼. 내가 해야 되는 거네."
아주 조심스럽게 주차하고 남편과 나는 거저울 곤드레 돌솥밥 집으로 들어갔다.
나물 반찬이 많고 건강식이라 자주 왔던 음식점. 물가가 오른 만큼 가격도 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배가 고프니 우리는 맛있게 숭늉까지 들이키고'아고, 배불러~ 배불러~'를 연신 노래 부르는 바보들이닷.
행복한 배부름.
두둑한 배부름.
어쩌면 멍청한 배부름. 나만.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이 음식점에 오면 항상 과식한다. 동글동글 부른 배를 쓰담 쓰담하며 즐겁게 집으로~ 음식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남편한테 맡기고 편하게 간다.
이것만도 다행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