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 바꾸러 가고 운동도 하고

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by 그님


아앗~ 이런 이런.....


며칠 전 쇼핑할 때 남편의 티셔츠를 두 장 샀다. 따뜻한 색과 시원한 색으로.


한 장은 바로 가져왔다. 또 한 장은 매장에 사이즈가 없단다. 주문해서 퀵으로 보내준단다. 그 티셔츠를 며칠 후 받았다. 더 있다가 세탁할까 하다가 저녁에 티셔츠를 샴푸로 주물주물 빨았다. 옷걸이에 걸어 말렸다.


다음날 아침 옷걸이에 걸린 티셔츠를 보았다. 빙그레 만족하며 다가가 보니 이게 웬일이야~ 깜짝 놀랐다. 목둘레 부분에 허연 실밥이 내 눈에 콕. 새 옷인데~ 어째 이런 일이..... 돋보기를 끼고 가까이 더 자세히 보니 두둑 뜯어져 있는 게 아닌가. 아래로는 뜯어진 천의 올이 풀리고 있었다는 사실. 어쩌면 좋아~ 겨우 한 번 빨았는데 올이 뜯어질 정도면 다음에 빨면 얼마나 더 뜯어졌을까 싶어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여보, 그제 퀵으로 온 당신 티셔츠에 문제가 생겼네."

"왜? 어디 흠 있어요? 찢어지기라도 했어요?"

"아니, 찢어진 건 아니고 목둘레에 바느질이 풀어져 있어."

"그려~ 어디. 어디요."


가까이 다가온 남편은 세심하게 옷을 살펴본다.


"여기에요? 그러네. 정말....."

"이거 한번 빨았어도 바꿔야 할 것 같아. 안 입은 새 옷이라서."

"이 정도면 당신이 꿰매도 되지 않겠어요? 당신 꿰맬 수 있잖아."


아니, 새 옷을 나보고 그냥 꿰매라는 남편. 마음도 좋다.


"있지. 있기야 있지. 그런데 새 옷이고 여기 봐. 여기. 더 자세히 봐. 아래로 올이 좍 나갔잖아. 이건 해결이 안 돼. 내가 할 수 없는 거야."

"아구~ 정말 그렇네요. 이거 바꿔 줄까?"

"그럼. 새 옷을 샀으니까 입으려고 빨은 건데 바꿔 줘야지."

"안 바꿔주면 어떻게 하죠?"


미리 걱정하는 남편에게 한 가지 더 걱정을 덤으로 주는 나.


"여보. 내 가방에서 영수증 꺼내서 어쨌어?"

"어?"


급 얼굴색이 변하는 남편의 표정~


"아구~ 종이 쓰레기 버릴 때 다 뭉쳐서 버렸는데..... 지금 나가서 찾아보면 거기 있을 거예요. 나 먼저 나가서 찾아볼 테니까 당신도 바로 나와요."


옷을 주섬주섬 걸쳐 입고 나갔더니 승용차 주인인 남편은 온데간데없고 얌전히 대기 중인 소나타~ 핸드폰을 들고 전화했다.


"여보, 어여 와유~"

"엉? 찾았어? 당신 가방에 있던가?"

"여여 와서 빨리 가유~"

"응. 알았어요. 알았어. 바로 가리다."


버리기는 잘 해도 못 찾는 남편이다. 결국 재활용 쓰레기 버린 곳을 찾아가 뒤적였는데도 못 찾았다.


승용차 타고 세이브존 백화점으로 씽씽 냅다 달렸다. 나 혼자 올라갔다. 난감해 하는 점원은 언제 사고, 언제 보냈는지 정황을 알기에


"그래도 빨지 않고 가져왔어야 하는데....."


아쉬운 듯 볼멘소리를 한다.


"저희는 옷을 사면 바로 빨아서 입어요. 그래서 안 빨 수가 없었어요."

"옷을 안 빨아야 본사에서 교환을 해주는데....."


찝찝한 마음과 표정을 담고 점원은 새 옷으로 바꾸어 주었다. 미안한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 다행히 아침 일찍이 아니라 점심 무렵에 가서 바꿨다. 새로 산 옷에 문제가 있어 바꾸러 가는 마음도 불편했다. 다음을 생각해서인지 점원은 인사까지 해주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나도 꾸벅~ 이런 곳이라면 언제든지 와도 믿고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 생각이.


승용차 안에서 기다리던 남편~


"아구~ 바꾸어 주던가?"

"응, 바꿔줬어. 더 있다가 바꾸러 갔으면 입다가 빨아서 가져온 줄 알 거야. 그래서 오늘 오자고 한 거고. 늦을수록 더 미안하니까."

"그려~ 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해결하는 게 서로 오해가 없고 좋지. 그 점원 고맙네요."


옷을 바꾸어준 점원까지 칭찬하는 남편이닷.


"당신 과학관 봉사하러 가는데 안 늦었어?"

"안 늦었어요. 집까지는 안되고 대신 집 근처에 내려주리다. 집까지 데려다주면 당신 운동 안 할 거잖아. 다 생각이 있지. 멀리서 내려주면 어쩔 수 없이 걸어갈 것 아녜요."

"뭐야~ 지금도 운동하고 왔잖아~"

"이게 운동이라고? 그건 아니죠. 내가 내려주면 거기서부터 목대 산책까지 쭈~욱 한 바퀴 돌고 들어가요."


청개구리 심보가 마음 깊이에서 또 올라온 나.


"그냥 집으로 바로 갈 꼰데....."

"에이 어차피 집에 들어가는 길이니까 걷고 들어가요. 다 당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에요."


운동 관리까지 해주는 남편이닷. 어련히 알아서 운동할까. 아예 운동 거리 계산까지 척척~ 덕분에 청개구리 심보는 꽉꽉 눌러 마음 깊이 집어넣고 집보다 먼 거리로 돌아 돌아서 걸어왔다는 사실.


옷을 바꾸고 걸어서 운동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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