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퇴직 후 부부 이야기
요즘 들어 추위타면서 실크 스카프를 두르고 외출하는 남편. 목에 두르다 어색한 지 풀면서 하는 말
"여보, 목도리 어떻게 매야 예뻐요? 당신이 한번 매 줘 봐요."
"이건 스카프야. 목도리가 아니라. 그냥 매면 되지 뭘 매달래~"
"당신이 매줘야 단정하고 예뻐요. 스카프든 목도리든 목에 매면 목도리죠."
"단정한 거 안 좋아. 요즘은 프리야. 프리. 아무렇게나 매도 다 멋져."
"그건 아니죠. 뭐든 단정하게 하고 다녀야 바라볼 때 인상이 좋아 보여요."
"당신 인상 좋아. 이런 거 안 매도."
얌전히 내 앞에 차렷 자세로 고개를 든 남편. 군대도 안 갔다 왔는데 마치 훈련병 같은 자세닷.
실크 스카프를 반 접어 앞을 엮어 맸다. 글로 표현하기 어정쩡하다.
"어뗘? 괜찮아?"
"난 모르죠. 당신이 좋다고 하면 다 좋아요."
"그럼 괜찮아. 이젠 흘러내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거야."
"그럼 이거 풀면 나는 못 매요?"
"모르지, 당신이 못 매면 배우든지 아니면 둘둘 말아서 매면 되지."
두 눈을 꿈먹이며 알았다는 듯 외출하는 귀여운 남편이닷. 관심을 보여달라는 아이의 귀여운 투정 같다.
모임에 다녀온 남편.
"여보, 있잖아요. 내가 이 목도리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겉옷을 벗어서 안쪽에 넣어 놨나 봐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안 보여서 내가 갔다 온 음식점하고 카페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없다는 거예요."
"여기 있잖아."
"어디서 흘린 줄 알고 당황한 나머지 전화 먼저 한 거죠. 근데 없다는 거예요. 에이 모르겠다. 누군가 횡재했겠지 생각하고 말았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이 옷 안쪽에 있었어요. 나 참. 내가 요즘 정신이 없네요."
"괜찮아. 깜빡증이야."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모를 수가 있어요?"
"다 그렇게 늙어. 괜찮아. 찾았으면 됐지."
"이거 내가 아끼는 건데 찾아서 다행이에요. 이거 나랑 똑같은 거 당신도 있죠?"
"응, 있을 거야. 어딘가에. 하나 없어지면 그거 쓰면 되지."
"그럴라구요. 이거 잃어버리면 당신 거 써도 돼요?"
"마음에 들면 당신이 써도 되지. 당연히."
"당신이 그렇게 말해 주니께 마음의 여유가 생기네요. 그거 어디에 있어요?"
"모르지. 찾아봐야 알지."
궁금한 건 아프게 바로 물어보는 남편이닷. 어디에 저장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찾아 놓아야겠다.
"난 요즘 목도리를 두르니까 따뜻해서 좋아요. 나도 나이 드나 봐요. 답답해서 안 둘렀는데."
"나이 따라가야지. 늙었잖아."
"에이~ 그래도 늙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이상해요. 그냥 나이 들었다고 표현하는 게 어때요?"
"그게 그거지 뭘~ 따져. 따지길."
"따지는 게 아니고요. 정확한 어법을 사용하면 좋죠."
조근조근 따지듯이 말하는 남편 덕분에 우리의 대화는 길어진다. 장단을 맞추는 대답하느라 길어지는 이야기.
똑같은 스카프는 영국에서 선물 받은 거닷. 남편은 매년 겨울이면 찾는다. 매지도 않으면서. 올해는 꼭 스카프를 두르고 외출한다. 가장 소중하고도 사연있는 스카프라 하면서.
영국에 유학 온 최승원 학생이 있었다. 코벤트리 한인교회에 출석하면서 알게 된 학생이다. 승원 학생은 교회 가는 방향의 레밍턴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일요일이 되면 우리가 사는 워릭에서 출발하여 승원 학생을 만나 승용차를 같이 타고 코벤트리 한인 교회에 다녔다.
우리가 영국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 승원 학생이 원서로 된 해리 포터 책과 우리 부부에게 똑같은 스카프를 선물했다. 받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학생은 진심을 전했다.
어쩌다 담근 김치를 나누고 승용차를 같이 탄 것 밖엔 없는데.
승원 학생은 손 편지까지 써주어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두고두고 생각하려고 길이길이 보관하고 있었다.
새삼 최승원 학생이 생각나는 하루다.
지금쯤 결혼하여 아이 엄마가 되었을까~
아마 40대 중반쯤 되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