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앞에서 망설이다

책을 내기까지의 어려움

by 그님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었다.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고 나니,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여보, 이제 머리말을 써봐요.”

“벌써?”

“벌써가 아니에요. 머리말이 제일 중요해요.

내용을 보면서 수정했으니까 지금이 딱 좋아요. 지금 써야 해요.”


지금이 좋다는데, 나는 쓸 마음이 없었다.

아니, 잠시 쉬고 싶었다.

머릿속을 비우고, 조급함에 떠밀리지 않고 싶었다.

아무래도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 맞는 것 같다.


저녁이 되자 내편이 다시 묻는다.

“여보, 썼어요?”

“아니.”

“지금 쓰면 정말 좋아요. 내용이 생생할 때 써야 해요.”

“나 지금 쓰기 싫어.”

“엉? 그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마음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보, 이제 써도 되지 않겠어요?”

“아니. 좀 더 있다가.”

그러고는 썼다. 말과는 다르게, 결국 썼다.


“여보~ 나 머리말 썼는데, 한번 봐줄래?”

“그래요? 안 쓴다더니 썼네. 알았슈.”

의자에 앉아 글을 읽는 내편의 얼굴이 묘했다.

고개를 이쪽으로, 저쪽으로 갸우뚱한다.

괜히 긴장이 된다.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왜 이렇게 어렵지?”

“뭐가?”

“글이 너무 어려워요. 이거 당신이 쓴 글 맞아요?”

“그럼 누가 써. 내가 썼지.”

뭐가 어렵다는 건지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왜 어려워? 자연스러운 말인데.”

괜히 전문가처럼 따지고 드는 나.

“아니, 그게 아니라요.

나도 직접 겪은 일이 아니라 당신만큼은 몰라요.

그래도 글의 흐름은 보여요. 어떤 게 쉬운 글인지.

당신 기분 나쁘라고 하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면 늘 기분이 상해 버린다.


“이건 너무 어려워요. 내가 어려우면 다른 사람도 어려워요.

이 글을 보면서 무슨 말인지 모를 거예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마음.


“다시 쓰라고? 못 써. 너무 어려워.”

“쓰고 싶을 때 다시 써봐요. 쉽게요.

당신 글은 원래 물 흐르듯 자연스럽잖아요.

그런데 이 머리말은 당신 글 같지 않아요.”

냉정한 말이었고, 충격이었다.

그 뒤로 일주일, 내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나는 다시 썼다.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여보, 다시 썼는데… 봐줄래?”

“그래요.”

이번엔 표정이 다르다.


“햐~ 그렇지. 이렇게 써야지요. 맘에 쏙 드네.”

뭐가 그렇게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시 쓴 것이다.

어색한 문장 몇 곳에만 밑줄이 그어진다.

“이 부분만 조금 바꿔보면 좋겠어요.”

며칠이 지나자 또 재촉이 시작된다.


“여보, 바꿨어요?”

“아니. 벌써?”

“그럼 언제까지 미룰 거예요. 이번 달 말까지 끝내요.”

“뭐? 그건 내 마음이지.”

“할 일은 바로 해야죠.”


어제, 결국 다시 고쳤다.

“여보, 당신은 맨발 걷기 다녀와요. 그 사이 내가 볼게요.”

찜찜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뭐라 할지, 또 무슨 말을 들을지. 자존심도 조금 상했다.


집에 들어오자 내편이 말한다.

“저번 글이 더 부드러웠어요.”

“어쩌라고. 지웠어. 생각도 안 나.”

괜히 삐딱해진다.


하지만 내편은 차분하다.

“중간이랑 마지막은 괜찮아요. 여보, 서문이 제일 중요해요.”

반박하고 싶은 말을 삼킨다.

“그려… 나도 그런 것 같아.”


“한 시간만 다시 보고 고쳐요.”

“못해.”

“그럼 30분. 30분만.”

숙제를 남기고 내편은 탁구장으로 떠났다.


글쓰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내 글을 봐주는 사람도, 쓰는 나도 쉽지 않다.

그래도 또 고쳐본다.

어렵지만, 다시 도전한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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