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과 미는 사람 사이

책을 내기까지의 어려움

by 그님

공언은 함부로 할 게 아니다.

말로 꺼내는 순간, 책임이 따라붙는다.

누가 하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나는 스스로 한 말을 무거운 짐처럼 지고

수정과 편집 사이에서 마음을 다독인다.

“여보, 이것 좀 봐줘. 뭘 더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놔둬요. 내가 시간 내서 봐주리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늘 바쁨에 쫓기는 내편이다.

“당신 맨날 바쁘잖아. 언제 봐주려고? 나도 시간 없어.”

“알았어요. 이따 봐줄게요.”

“이따가 언제인데? 당신 늘 이따 본다 해놓고 해 넘기잖아.”

안 되겠다 싶어 조금은 당차게 밀어붙였더니,

“알았어요. 산책하고 와서 볼게요.”

산책 후 샤워까지 마친 내편을 다시 다그친다.


“지금 봐줄껴?”

마지못해 컴퓨터 앞에 앉은 내편은 시작부터 겸손을 깔아둔다.

“내가 다 봐줄 수는 없어요. 그냥 방향만 이야기해 줄 뿐이에요.”

“알았어. 그래도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는 알고 싶어서.”

오 분, 십 분도 채 안 되어 부른다.

“여보, 이리 와 봐요.”

선생님 앞에 앉은 학생처럼 다소곳이 듣는 나.


“기분 나쁘게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요.”

이 말이 나올 때마다 기분이 더 상하는 건 왜일까.

“이제 목차를 내야 해요. 이건 일기 형식이라 목차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치. 당신이 그렇게 하랬잖아.”

“내가 언제 그랬어요?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월별로 나누어 쓰랬잖아.”

내 글 앞에서 괜히 죄를 뒤집어씌우는 나.

도와주려는 마음인 줄 알면서도 서운함이 고개를 든다.


“이걸 어떻게 목차로 만들지, 같이 고민해 봐야 해요.”

“……”

“계획안이 들어간다는 건 남이 쓴 걸 넣는 거잖아요. 작가인 당신 글이 아니죠.”

답답함이 목에 걸린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건 나도 모르지요.”

그 말에 화가 더 난다.


급기야 내뱉은 말.

“당신보다 편집자랑 말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그는 차분히 말한다.

“자비 출판은 작가가 다 만들어야 해요. 그 사람들은 찍어줄 뿐이에요.”

숨이 턱 막힌다.

“그래서 어쩌라고…”

“목차는 당신이 끄집어내야 해요. 같이 생각 좀 해봅시다.”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침대에 누웠다.

“나 안 해. 너무 어려워.”

“다 해놓고 왜 안 써요. 목차만 남았는데.”

“난 몰라.”

그런 나를 보고 불 끄고 나가며

“잘 주무시구료. 내일 봐요.”


다음 날 아침. 조탁법으로 깨우는 내편.

“그님씨, 잘 잤어요?”

“아침에 글 다시 봤어요. 아이들마다 다 다르네요.”

그제야 마음이 풀린다.

“이제야 말이 통하네. 놀이보다 기본생활이랑 안전이 더 중요해서 쓴 거야.

아이들 성향이 다르니까 행동도 다르고, 거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쓴 거고.”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이해했어요. 그래도 목차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요.”


커피를 내리는 사이, 책장에서 책 두 권을 꺼내온다.

“여기 앉아 봐요. 이 책들 참고해도 좋을 것 같아요.”

다소곳이 옆에 앉았다.

“당신 책도 이런 형식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희미하게 길이 보인다.

“아… 이런 식이면 되겠네.”

“그렇죠. 꼭 이대로 아니어도 돼요.”

주객이 전도된 풍경.


그는 끝까지 다독이고, 나는 끝까지 큰소리친다.

미안하지만 나는 솔직하다.

몰라서 그랬고, 처음이라 막막했고, 그래서 더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안다.

이 고비를 넘기면,

다음 장으로 갈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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