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고 지우고 다시 가는 중

책을 내기까지의 어려움

by 그님

고치고 지우고 또 고친다.

눈이 팽글팽글 돈다.

울렁증까지 올라오려는 순간, 창밖으로 비가 내린다.

그제야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지우고, 고치고, 다시 쓴다.

방금 본 문장을 또 보는 것 같고,

조금 전 읽은 글을 다시 읽는 것 같은 혼란.


하루가 조급하고, 한 시간이 아깝고, 일 초가 마음을 재촉한다.

“여보, 이거 고쳤는데 당신이 좀 봐줘.”

“알았어요. 화면 그대로 놔둬요.”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을 번다.

은근히 다 고쳐주길 기대했던 마음이 있었는데

그건 분명한 착각이었다.


나의 바람일 뿐. 삼십 분쯤 지났을까.

“여보, 이리 와 봐요.”

“벌써 다 봤어?”

“봤는데요. 여기에 소제목을 붙이는 게 좋겠어요.

기분 나쁘게 듣지 말아요.”

마음은 쿵 내려앉는다.


그는 말을 이어간다.

“책을 보면 단락마다 작은 제목이 있잖아요.

이것도 그렇게 해보는 건 어때요?”

“하루하루 글마다 제목을 붙이라고?”

아득해진다. 이 많은 글에 제목이라니.

“이렇게 그냥 쭉 이어가면 제목도 없고, 의미가 흐려져요.”

말 폭탄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그의 의도를 알기에 마음을 다잡고 듣는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아?”

“나도 정답은 몰라요. 같이 생각해 보자는 거죠.”

같이 생각해 보자는 말은 늘 그렇듯, 시작뿐이다.

“나는 예시만 던져주는 거예요. 제목 붙이는 건 당신이 더 잘하잖아요.”

결국 숙제를 더 얹어주고 한 발 물러나는 내편.

이럴 땐 정말 내편인지 남편인지 헷갈린다.


눈은 팽글팽글, 속은 울렁울렁한데 숙제는 늘어난다.

얄밉지만, 이 또한 감사해야 할 몫이다.

소제목을 붙이기 시작하자 지워야 할 문장이 보이고,

고쳐야 할 흐름이 드러난다.

도대체 언제까지 지우고 고치고 다시 써야 하는 걸까.

문득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허연 안개 속에 혼자 서 있는 느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헤매는 기분.

길이라도 보이면 앞으로 나아가겠는데,

안개는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그냥 계속 하다 보면 고쳐져요.”

“자꾸 고치다 보면 제목이 나와요.”

“하다 보면 길이 보여요.”

위로인지 주문인지 모를 말들.

수정, 수정, 또 수정. 끝없는 반복.

욕심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도 아니면서 책을 내겠다고 나섰으니 겸손해질 수밖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몸과 마음은 지쳐간다.

그런 나를 뒤에서, 옆에서, 앞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내편이다.

힘들어도 뛸 수밖에 없다.

뛰다 지치면 걷더라도, 멈춰 서지는 말자.


천천히라도 걷다 보면 언젠가 안개는 걷히고 길이 보일 것이다.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오늘도 말해본다.

가자.

가보자.

한번,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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