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기까지의 어려움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고, 메일을 확인하라는 말에 확인한 후 다시 전화를 했다.
블로그 이웃의 글을 읽으며 댓글을 쓰고 있던 중,
옆구리를 박차고 들어온 또 하나의 메일.
나는 하던 일을 밀쳐두고 메일 속 문서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2도 인쇄를 하게 되어 간지와 본문에 들어가는 그림의 색을
모두 내가 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하고 색을 지정해 전화로 알렸다가,
아니다 싶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게 나을까요, 저게 나을까요?”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하나였다.
“선생님이 정하셔야 해요. 원하는 대로 만들어 드리는 거예요.”
아이러니했다.
편집의 노하우는 출판사가 더 잘 알 것 같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가 정해야 했다.
처음 책을 내는 나의 입장에서
출판사에 묻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건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어려운 건 다섯 장의 간지 그림 색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상상해 보다가,
회색과 파란색의 조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모두 취소하고 다시 엎었다.
“간지는 파란색 계열로 통일해 주세요.”
찔끔찔끔 색을 넣는 것보다
차라리 과감하게 한 계열로 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질렀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다는 심정이었다.
출판사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교정 원고가 나왔다는 소식이었다.
카페 바스바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사장님은 종이 박스와 책 표지를 들고 오셨다.
교정은 여러 번 반복될 수 있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쳐도 된다고 했다.
눈이 아플 거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교정 원고 박스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식탁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고 박스를 열자,
내가 쓴 글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메일로만 보던 글과 그림이 종이가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이게 정말 내가 쓴 글인가 싶었다.
보낸 원고는 270페이지였는데 A4로 출력된 교정지는 315페이지였다.
두께부터 압도적이었다.
줄이고 고치고 졸면서 다듬었던 글이라 고칠 게 많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보니 문맥이 어색했고, 따옴표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차근차근 원고를 보면서 나는 눈에 불을 켜고 수정했다.
차례의 영어를 빼고는 간지 그림 위치를 옮기고,
눈에 걸리는 문장을 또 고쳤다.
수정은 빛나지 않지만, 빛을 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다.
보다 보니 끝이 없을 것 같아 출간을 늦춰야 하나 망설이기도 했다.
“여보, 더 출간 시기를 늦출까?”
“완벽할 수는 없어요. 어느 정도 되면 손을 놓는 거예요.”
그 말이 맞았다. 이제는 더 보고 싶지 않을 만큼 봤으니까.
9월 둘째 주,
출판사에서 마지막 확인 전화가 왔다.
나는 손을 털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완벽할 수는 없다는 걸 받아들였다.
마침내 인쇄를 마친 책이 나에게 왔다. 떨리는 손으로 책을 꺼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속으로 말했다.
이제 이 책이 아이를 알고, 아이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되기를, 조심스럽게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