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데려온 자리

보육교사교육원에서 강의하다

by 그님

2024년, 나는 대전에서 자비출판으로 책을 냈다.

출간과 동시에 나눔을 시작했다.


책을 들고 찾아간 곳 중 한 군데는 배재대학교 보육교사교육원이었다.

약 20년 전 나를 가르쳐주신 지도 교수님께 책을 전해 드린 그 만남이

후배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

사실, 강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놀랍고,

그래서 더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1학기에는 아동미술지도 과목을,

2학기인 지금은 교재교구개발 과목을 맡아 학생들 앞에 섰다.


학생들 앞에 선다는 사실 자체가 꿈만 같았다.

내가 가진 재능과 보육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의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눈을 반짝이며 말할 때마다 가슴 한쪽이 따뜻해졌다.


아동미술지도 수업에서 학생들은 종종 이렇게 말했다.

“교사는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줄 알았어요.”

아동미술은 교사가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재료를 탐색하고, 관찰한 것을 아이가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돕는 일이다.

아이의 그림에 관심을 가져 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 그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2학기가 되어 교재교구개발 강의를 하며 본격적으로 교구 만들기를 시작했다.

더불어 5월부터 8월까지,

예비 교사들과 펠트 놀잇감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블로그에 올렸던 만들기 과정과 도안을 정리해

펠트 교구 전자책 일곱 권을 출간했다.


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책을 냈다는 사실보다,

그 책으로 인해 강의 현장에 서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펠트 놀잇감 책을 전자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만 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알았다.

생각이 많은 나를 현실로 끌어낸 것은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결국 내놓은 한 권의 책이었다.

원아수첩에 담긴 이야기들이 묻혀 버릴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책을 냈을 뿐인데,

그 책이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데려갔다.

이 모든 일이 꿈처럼 느껴지지만 우연이 아니라 노력의 결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고 실천하라.

꾸준히 해야 이루어진다.


그 문장은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내가 나를 이끌어 준 값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니 조금씩 나라는 이름이 쌓이기 시작했다.

네이버 인물 등록도 하게 되었다.

‘이근임’이라는 이름으로.

이제는 내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를 바란다.

예순 하나, 내 안에 아직도 꿈틀거리는 열정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고맙고 감사하다.

이 흐름을 계속 이어 갈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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