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침에 감동받은 순간
배재대학교 보육교사교육원에서 2학기에는 강의 일정이 달라졌다.
수요일은 야간, 금요일은 주간 오전 강의다.
그 덕에 월요일은 더없이 편했다.
일주일에 두 번, 강의 전날이면 늘 그렇듯 수업 준비를 다시 점검한다.
1학기에 맡았던 아동미술지도 과목은 학생들과 함께 활기차게 웃고 즐기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2학기에 맡은 교재교구개발 과목은
예상과 달리 학생들에게 다소 부담스러운 수업이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모든 교과 과정에서 리포트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니
마음의 여유가 없을 수밖에 없다. 이해도 되고, 공감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맡은 과목의 과제만큼은 충실히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주간반 학생들은 성실하게 잘 따라왔다.
반면 야간반 학생들은 낮에 일을 하거나 학부 수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여러모로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잘 따라오면 고맙고, 못 따라와도 어쩔 수 없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강사로서 해야 할 몫에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목소리는 늘 ‘솔’ 톤을 유지하며 수업을 이어갔다.
PPT를 활용한 이론 수업은 내가 직접 만든 자료라 학생들이 비교적 잘 따라왔다.
문제는 교재교구 만들기였다.
사진만 보고 각자 크기를 상상해 만들어야 하니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로 만든 놀잇감을 수업 시간에 가져가 보여주었다.
주간반 학생들은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며 무척 좋아했다.
재료를 준비해 와 만들면서 자주 질문했고, 하나씩 차근차근 터득해 나갔다.
평면 교구와 입체 교구는 작업 방식이 달라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다.
학생들이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알려주니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어 냈다.
“교수님, 집에서 혼자 하려니까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요.
교수님 계실 때 만들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집에서 제 맘대로 했으면 엄청 지저분했을 텐데,
알려주신 대로 하니까 쉽고 좋아요.”
고맙고, 참으로 뿌듯한 말이었다.
야간반 학생들은 준비물을 챙겨오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수업을 마칠 수는 없었다.
나는 준비물을 탓하는 대신 진심을 담아 호소했다.
“선생님들, 바쁘고 힘든 거 압니다.
그래도 보육교사가 되기 위한 과정에 꼭 필요한 과목이니 열심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이 안 만들면 제가 편해져요.
저는 편하고 싶지 않아요. 저를 마음껏 이용해 주세요.
강의를 맡은 이상 선생님들께 필요한 건 아낌없이 다 드리고 싶어요.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저를 편하지 않게 해주세요.
지금은 여러분을 위한 시간입니다.
수업 시간 아니어도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교재교구에 관한 문자라면 언제든 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이어가고 싶었다.
우선 교육원 자료실에 있는 재료부터 사용하도록 했다.
몇 주가 지나 야간반에 계신 한 어른이
모든 재료를 새로 구입하여 수업에 들어오셨다.
눈이 마주치자 싱글벙글 웃으며 말씀하신다.
“교수님, 저 이제서야 재료 다 사 왔어요.
어떻게 만드는지 가르쳐 주시면 잘 따라 하겠습니다.”
그분 자리에는 가위, 칼, 펠트, 박스까지 모두 새것이었다.
“선생님, 댁에 가위나 칼은 있으실 것 같은데요.”
“있지요. 그래도 교수님께서 너무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셔서
새로 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정말 죄송했습니다.”
서운함은 그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눈물이 날 뻔했다.
그 어른은 수요일 야간 수업에만 나오시다가 금요일 오전에도 시간이 된다며
주간반 학생들과 함께 놀잇감 만들기에 참여하셨다.
등에 배낭을 메고 오신 그 학구적인 70대 어른은
배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 재학생이기도 하였다.
배우는 것이 좋아 젊은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계신 그분은,
미안함을 품고, 배움의 열정을 끝까지 놓지 않는 진짜 학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