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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로서의 첫걸음: 연구만큼 중요한 티칭과 적응력

내가 이 대학에서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

by ImmersiveBama

교육공학 필드도 작년 가을부터 올 봄까지 한창 잡마켓 시즌이다. 워낙 출중하신 분들이 많아, 잡마켓을 나가는 것은 항상 불안하고 초조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이 마켓을 준비했던 사람, 혹은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를 어떻게 준비해야하는 지에 대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를 나눠보고자 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미국에서 교수직을 준비할 때 연구 실적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특히 Assistant Professor (조교수) 단계에서는 단순히 연구 논문을 많이 내는 것보다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연구(Signature Paper)’를 구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국의 정량적 연구실적 500-1,000% 기준은 여기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평가기준과 상관없이, 연구 실적이 정량적인 평가 요소가 될 수는 있지만,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연구의 질과 방향성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그러나 연구만으로 교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교수로 진출한다는 것은 단순한 연구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자로서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의 많은 대학은 교육과정에서 교수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연구 외에도 중요한 요소: 티칭 경험과 교육 철학

지원하는 대학에서 후보자를 평가할 때 연구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요소들도 중요하게 본다.


티칭 경험(Teaching Experience)

어떤 과목을 가르쳤는가? 다양한 티칭 방식을 적용해본 경험이 있는가?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학습을 유도할 수 있는 교수법을 알고 있는가? 특히, 미국에서는 학생 중심의 교육(Student-Centered Teaching)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강의형 수업(Lecture-based)보다는 문제 기반 학습(PBL), 협력 학습(Collaborative Learning),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같은 방식들을 활용하는 것이 강점이 될 수 있다. 어떤 수업에서 어떤 교수전략을 잘 사용하려고 했는지, 본인만의 교육철학은 무엇인지, 교수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그걸 극복하기 위한 본인의 노력은 무엇이었는지 등등이다. 특히 요즘은 온라인 코스, 혹은 온라인 학생들을 어떻게 멘토링 / 논문지도 할지에 대한 내용도 물어보니, 참고하면 좋다.


코스 개발 경험(Course Development)

새로운 과목을 개발하거나, 기존 과목을 개선해 본 경험이 있는가? 수업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성과를 측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가? 일부 연구 중심 대학(R1)에서는 강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많은 대학은 새로운 코스를 개설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예를 들어, 특정 대학이 ‘AI와 교육(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같은 새로운 트렌드에 관심이 있다면, 지원자가 이 주제에 맞춰 새로운 수업을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가 평가 요소가 된다.


커리큘럼 이해 및 대응 능력(Responsive Teaching & Curriculum Design)

지원하는 대학의 학과에서 원하는 교수의 역할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학과의 교육 철학과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맞춰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미국의 교수 채용은 단순히 "이 사람이 연구를 잘하는가?"가 아니라, **"우리 학과에 잘 맞는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연구 중심 대학(R1)에서는 연구 실적이 가장 중요하지만, 연구 중심 대학에서도 당연히 티칭을 본다. 특히 연구중심대학 내에서도 티칭 톡을 따로 하는 경우도 있다. 자연스럽게 교육중심대학(Teaching-Oriented University)에서는 학생들과의 상호작용과 교육 기여도를 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 따라서 지원하는 대학이 요구하는 교수의 역할이 무엇일지를 파악하고, 학과의 필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를 분석하는 방법은 꽤 있다. 기존 패컬티 CV에 있는 수업레코드 혹은 한 해 몇개의 수업을 하는지를 보고, 그 수업 타이틀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통 어떤 내용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지에 관한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는 것이다.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한국사람으로서 티칭은 항상 고민되고 어려운 존재다. 하지만, 언어의 유창성/구사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미국도 티칭도 사람을 대하는 직무라면, 어떻게 미래의 나의 학생을 준비시킬 지에 대한 태도와 자세, 그리고 준비계획이 더 중요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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