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뼈대 세우기
생각보다 많은 대학원생들이, 연구를 설계할 때, "질적" 혹은 "양적"이라는 표현이 마치 방법론을 나타내는 것처럼 사용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사실 저도 처음 연구를 배울 때 이 두 단어를 방법론으로 오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 질적과 양적은 단지 연구 접근 방식일 뿐, 구체적인 방법론 (분석방법 포함)이나 설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시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질적 접근을 취한다고 해서 곧바로 "이 연구는 질적 연구다"라고 끝낼 수는 없습니다. 연구자가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할 것인지, 이를 뒷받침하는 철학적 기반과 방법론적 근거가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관찰과 인터뷰를 한다고 해서 에스노그래피가 되는 것은 아니죠. 방법론은 그 자체로 연구 철학과 연결된,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인 틀입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는, "본인의 연구 질문에 가장 적합한 설계는 무엇인가요?"입니다. 연구방법론과 설계, 분석방법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각 단계가 수행하는 역할은 분명히 다릅니다. 보통 연구방법론은 연구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합니다. 실증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실험적 방법론은 변수 간의 관계를 엄격히 검증하려는 접근을 취합니다. 반면, 해석주의를 따르는 현상학적 방법론은 인간 경험의 주관적 본질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연구설계는 방법론의 실행 계획입니다. 사례연구, 설문조사, 실험설계 등은 모두 연구의 목적에 따라 선택되는 구체적인 실행 틀입니다. 제가 연구설계를 처음 작성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너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구설계의 핵심은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데이터 수집과 구조화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죠. 예를 들어, 특정 학교에서의 협력적 학습 환경을 연구한다고 가정해보죠. 연구자는 에스노그래피라는 방법론을 채택하고, 참여 관찰과 심층 인터뷰를 포함한 사례연구 설계를 통해 연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설계는 데이터 수집의 구체적인 과정을 정의하며, 연구가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돕는 청사진입니다.
마지막으로, 분석방법은 연구의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사용되는 구체적인 기술입니다. 주제분석, 회귀분석, 네트워크 분석 등은 연구 질문에 따라 적합한 도구로 선택됩니다. 한 번은 학생이 "질적 데이터를 수집했으니 끝났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질적/양적 데이터수집을 위한 연구설계와 이를 분석하는 과정을 구분하지 않아 생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연구방법론 내에는 잘 맞는 데이터분석방법들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맥락 속에서 패턴과 의미를 도출해내는 과정이 없으면 연구는 단순한 관찰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의 각 단계는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입니다.
방법론은 설계의 토대가 되고, 설계는 분석방법의 선택을 안내합니다. 따라서 연구자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내 연구 질문은 어떤 철학적 접근을 필요로 하는가?" (방법론) "이 질문을 답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데이터 수집 방법은 무엇인가?" (설계)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어떤 도구가 가장 효과적인가?" (분석방법)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연구는 더 체계적이고 설득력 있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연구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철학과 실행, 그리고 해석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글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