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을 삼키며
오늘 간만에 깊게... 는 아니지만 오래 잤다. 원 없이 깊고 오래 잠들 수 있다면. 평안한 수면이 지속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튼 푹 쉬고 일어나서 실로 오랜만에 영화도 봤다.
옛날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박하사탕'. 폭력으로 물든 역사와 함께 동화된 기구한 이야기. 주인공의 폭력 가해를 결코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들판의 꽃처럼 순수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플롯은 분명한 먹먹함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곧 첫 시점이다.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은 이루어지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가는 기차에 부딪혀 뭉개지겠지. 늘 흘러가 버리는 시간처럼, 인생처럼.
그러다 문득, 나의 과거도 떠올랐다. 나의 과오도 함께. 그러나 나도 되돌아갈 수 없었다.
네가 생각났다.
나는 잔인하게도, 너에게 면목없게도,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 잠시였지만, 나는 어리석어 그마저도 망치고 말았지만, 나는 너를 상처 입히고, 이를 깨닫지도 못한 채 사랑하고, 뒤늦게 후회하고, 나의 죄는.
말할 수가 없어서 머나먼 타지의 어딘가에서 조용히 기도했다. 언제나의 기도였다. 서툴고 엉망인 기도를.
네가 부디 나를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너의 신에게 기도했다. 왜냐하면 너는 신을 믿었으니까. 그 신이 조금이라도 너를 가엾게 여겨주기를. 그리고 나는ㅡ이제는 조금 괜찮아. 그래서 미안해. 언제나처럼 미안해.
되돌아갈 수 없음이 참 야속하다. 영화 속의 그처럼 절규하고 싶지만 그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매 순간 나의 선택이 있었으며 그 책임의 몫은 온전히 내 것이니까. 그러니 안고 갈 수밖에.
그날도 그랬었지. 괜찮아서 미안했었어. 그런데 지금도ㅡ제법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 너에게 미안할 만큼 나는 나아졌다. 그래도 괜찮을까. 오늘 같은 하루를 살아도 괜찮을까. 미안해.
나로부터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사과를 고하고 싶었다. 그러니 걸어간다. 철로처럼, 굽이굽이 뻗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