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
약을 먹지 않았을 때의 감각은 어느 덧 공포로 자리하고 있었다. 울렁이는 머리와 메스꺼움을 동반한 부자연스러운 통증. 나의 머리가 이런 느낌이었던가? 무너진, 기어코 무너진 정신의 파편 속에서 무의식적으로도 잡아낼 수 있는 단 하나 충동.
아 나는 지금 과거에 있구나. 죽이는 것조차 아니다. 그저 걷는 거야. 찌르는 거야. 성에 찰 만큼의 피가 솟구쳐 나올 때까지.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울 수는 없다.
아. 고작 약 하나로 나는 이렇게 쉽게. 목의 움직임에서 기이함을 느끼는 시점.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어금니를 악물었다. 혹은 웃을 것 같아서. 쓰러질 것 같아서. 놓을 이성이 단 한 톨조차 없고, 모든 감각은 나의 죽음을 원한다. 차도를 보면 달려들고 싶어져서 시선을 떨어트렸다.
무서웠다. 죽는 것이 무섭지 않아서 무서웠다. 이게 고작 약의 화학작용에 의해 그렇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만큼 허망했다. 나의 고뇌와 반추는 소용이 없었다는 것처럼 느껴져서.
이 허무한 고깃덩이는 어째서 마음대로 썩지조차 못하나. 흔적없이 터져버리고 싶다는 갈망은 자유의지를 빼앗기고 말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의 밤을 기다리겠지. 내일의 아침은 기대하지 않으면서. 이 마저 나는 내가 아닌 듯하여 절망스러웠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고통의 묘사는 어떻게 역설적으로 삶을 향한 찬가를 담을 수 있단 말인가. 오만한 나는 그 죄로 인해 여전히 그곳에 도달하지 못했다.
네 번째 책을 다 읽었다. 본질적인 고통을 담은 것 같은 서늘함이 단어 단어마다 고스란히 느껴지는 짧은 시집. 시는 짧아서 그만큼 날카롭다. 한 번 박히면 빼내는 것도 힘든 가시 같다. 그 가시를 잔뜩 삼켜서 눈으로 읽었음에도 목이 아픈 것이다. 그럼에도 아름답다면, 역시 그런 걸까.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작가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