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끝, 3시 33분의 빗소리

9월 1일에 쓰는 8월 31일의 일기

by 다섯개의 가위



8월의 마지막이다. 더위는 여전히 기승이지만 괜히 기분은 여름의 끝자락이라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지나간 건지 모르겠다. 시간은 왜 한 번을 기다려주지 않는 걸까, 야속하게도. 너무 빨라서 실감이 잘 안 난다. 주변도 굉장히 빠르게 변화한다.


삶이라는 것이 살갗에 스칠 때마다, 어쩐지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다. 해가 길어졌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언제부턴가 퇴근하고서는 책을 읽을 수 없을 만큼 노을이 져 있다. 계속 궤도를 지나가고, 시시각각 바뀌는 빛의 흐름과 그림자의 늘어트림이 무척이나 새삼스럽다. 살아간다는 건 늘 낯선 일이구나.


찰나가 갖는 허무와 의미가 이상한 색으로 심장에 고이다 보면, 그만큼의 슬픔이 물들어서 두 눈을 쭉 짜내고 싶을 만큼 괴로워진다.

그래도 울기보다는 가볍게 웃어버린다. 과하게 그런 척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게 더 편해서, 그렇게 피식 웃는다.

그리운 것들이 목울대에 스민다. 그리고 밀어 삼킨다. 화끈화끈 타오를 것 같은 덩어리를 꿀떡 삼키고 담담하게 소화될 때까지 기다린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나네. 엄밀히 지금은 9월 1일의 새벽 3시 33분이다. 갑자기 비가 내릴 줄이야. 자고 일어나서는 멈춰있어야 할 텐데.

바쁜 일정이 빼곡한 퀘스트처럼 예정되어 있다. 빗소리는 좋지만, 역시 이동할 땐 성가신 편이지. 그래도 조금 더 시원해지려나. 더운 건 질색이다. 푸른 잎새 따라 무늬를 수놓는 나무의 그림자는 좋아하지만.


오늘은 너무 늦게 약을 먹었다. 늦장을 부리다가. 내일 일정 괜찮으려나. 그래도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잘 수 있겠네. 빗줄기가 창가로 부딪혀 물 알갱이가 타닥타닥 터지는 소리가 난다.

아 약효 때문에 슬슬 졸리다. 내일 부지런히 할 일을 마쳐야지. 비가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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