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7.(화)의 일기
명절을 빼곡한 일정으로 보냈다. 섬과 바다도 가고 북한산 둘레길이 초입까지 가봤다. 연신내 쪽으로 걸어가니 중고서점이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책만 4~5권 정도 샀다. 중고서점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게 기뻤다.
그 과정에 엄마도 있었는데, 당신은 내가 상경한 것이 너무너무 좋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피곤한 일정 속에서도 여기까지 와서 하루를 머물고 돌아갔다.
나는 늘―그러니까 한평생을 의아해했다. 엄마가 어떤 마음인 건지. 그녀에게 모성애 따위 조금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끔은 날 헷갈리게 만든다. 그리고 요즘은 더욱더 헷갈린다.
당신의 호의는 낯설다. 그리고 이 정도의 호의는 처음이어서 두렵다. 충분히 고마워하기엔 의중을 알 수가 없고, 되돌려 줄 만큼 내 능력이 대단치 않아서―난 어찌할 바 모르고 그저 울고 싶어진다.
당신은 왜 끝까지 차갑지 않았을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당신은 한결같지 않았다. 차라리 한결같이 냉정했다면 의문을 버렸을 텐데. 원망의 단계도 일찍이 지났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지를 않았다. 그래서 매번 삶이 쉽지가 않았지. 나는… 무조건적으로 수용받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리고 이 또한, 내가 갚아내야 할 호의다. 이 빚을 언제 다 갚을 수 있을까. 자신이 너무 없어서 슬프다. 어쨌든 엄마 덕분에 삶이 나아졌고, 이걸 어떻게 돌려줘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서… 마냥 기뻐하긴 어렵다.
몇 주 전에 엄마가 한 말이 맴돈다. 힘든 거 다 잊고 즐겁게 살라고.
난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 엄마.
그래서 계속 눈물이 나.
그냥 당신이, 내가 어릴 때처럼 날 저주했더라면. 차라리 익숙해서 울지 않았을 텐데.
이번엔 당신이 너무 따뜻해서, 어떻게 있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죽어가야 할지 아무것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모르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