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가 대세입니다. 원래도 대세였지만 요즘은 더 큰 대세입니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한 패션, 일명 ‘Y2K 패션’이 유행인데요. ‘Y2K 패션’은 연도(Year)와 1000(Kilo)의 첫 글자를 딴 걸로 2000년도 시작 시점에서 벌어질 수 있는 컴퓨터 오류 ‘밀레니엄 버그’를 이르는 약자입니다. 당시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리만 인식하던 컴퓨터가 2000년이 되면 ‘00’만을 인식해 1900년과 혼동하면서 대혼란을 가져올 거라는 사회적인 우려가 있었거든요.
미우미우는 2022년 S/S에 크롭탑과 로우라이즈를 보여주며 ‘Y2K’로 패션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떠올랐습니다. 로우라이즈는 하의를 골반에 걸쳐 마치 흘러 내릴 듯이 착용하는 패션인데요. 크롭탑과 함께 연출하며 아랫배를 훤히 드러내 그러다 배앓이 한다며 일명 ‘배앓이 패션’이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미우미우의 ‘배앓이 패션’을 소녀시대 윤아가 입고 엘르 코리아의 표지모델로 나서면서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Y2K와 로우라이즈의 인기는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지그재그에 따르면 올 1~2월 지그재그 고객들의 검색 및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Y2K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61배 급증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로우라이즈의 검색량은 37배, 관련 상품의 거래액은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해요.
Y2K 패션이 실제 2000년대 초반의 패션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스트레이트 핏이나 세미 부츠컷 등 전부 몸에 핏되는 핏이 대부분이었으나 2022년에는 와이드 한 핏의 팬츠들이 등장했다는 겁니다.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원마일룩’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옷들의 인기가 높아졌는데, 그 영향이 아직 남아있는 거죠.
미우미우 뿐만 아니라 미쏘니, MSGM 등 국내외 여러 유명 브랜드들이 짧은 상의와 로우라이즈 하의가 특징인 다양한 룩을 선보이며 2000년대 패션을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제 엔데믹 시기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이 그동안 꽁꽁 숨겨놨던 끼를 다시 발산하기 시작했는데요. 당당하게 자신을 뽐내고 싶은 그러한 니즈가 배앓이를 감수할 정도로 과감한 로우라이즈의 유행에 불을 지핀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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