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일일일'의 시대가 올까요?
지난 트렌드캐치에서 ‘대퇴사의 시대’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최근 영미권을 중심으로 근로자들이 전례 없는 퇴사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오래 일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최근 크게 변화한 거 같은데요. 최근에는 주 4일 근무제(주32시간 근무)에 대한 논의가 급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다양한 업무방식을 경험하면서 주 5일(최대 52시간) 근무를 당연하게 여기던 기업들이 주 4일제, 주 4.5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에듀윌은 2019년부터 주 4일제를 시행 중이고, CJ E&M, 여기어때 컴퍼니도 주 4.5일제를 도입했어요. 배달의 민족은 주 4일근무제는 아니지만 주3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불금’ 아니죠. 불목! Thursday+Friday = Thriday!
주 4일제 근무는 해외에서 더 활발히 도입되고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군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하는 국가 차원의 실험을 했는데요. 생산성은 늘어나거나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게다가 노동자들의 스트레스가 줄어서 건강, 삶의 질이 개선되었어요. 그래서 현재는 아이슬란드 국민의 86%가 주4일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도 주 4일제 실험을 시작하면서 ‘불금’보다는 ‘불목’이란 단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Thursday’와 ‘Friday’를 합친 ‘Thriday’ 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으니까요. 미국에서 마크 타카노 민주당 하원의원이 같은 당 의원 13명과 공동 발의한 ‘주32시간 근무법’이 지난해 12월 미 의회 진보측 지지를 받으면서 법안 통과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올해 30개 기업에서 주 4일제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한편에서는 주4일제로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데요. 주 4일제 실험 사례를 살펴보니 생산성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일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에 주 4일제 시행했을 때 생산성이 오히려 40% 향상되었습니다. 제조업, 대면 서비스업 등 절대적인 노동량이 생산성과 직결되는 직무&산업에서는 주4일제가 생산성 저하로 나타날 수 있지만요. 핀테크, IT산업 등 그렇지 않은 직무&산업에서는 업무시간 축소가 근로자들의 능률 향상으로 이어지는 듯 합니다.
적게 일하고 적게 버세요? …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최고의 덕담입니다. 그런데 주4일제 시행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벌기’가 아니라 ‘적게 일하고 적게 벌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주4일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국가에서 적극 시행 중 이라기보다 논의중인 단계인데요. 주4일제를 시행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일본 자민당 정부는 주4일제를 국가 차원에서 추진했는데요. 일본에서는 주 4일제가 초고령화 사회에 발맞춘 ‘일자리 쪼개기’ 정책의 일환이라서 임금을 15~20% 삭감했다고 합니다.
스페인에서 200여개의 기업이 주 4일제 실험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가장 큰 통신사 텔레포니카도 주 4일제를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10월, 주 4일제를 도입하는 대신 임금을 15% 삭감하겠다 하였고, 이렇게 되자 2만여명의 직원 중 불과 150여명(0.75%)이 주4일 근무를 희망했어요.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의견은 분분합니다. 특히 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주 4일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2004년, 근무형태가 주6일제에서 주5일제로 자리잡기까지 크고 작은 대립과 논란이 많았던 만큼 주4일제가 자리잡기까지 지난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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