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부분은 '지능'이라 답할 것이다. 그러나 동물에게 지능이 없는 것은 아니며, 인간이라고 해서 늘 이성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동물의 지능을 테스트하는 대표적 방법인 '미러 테스트'를 통과하는 동물은 육상과 해상을 가리지 않고 존재한다.
그렇다면 지능 외에 무엇이 인간을 구분 짓는가? '감성'이라는 답변도 나오지만, 동물이라고 감성이 없겠는가. 오히려 생존을 위해 공포나 애정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영화 '워낭소리'에서 우리가 소의 삶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비생산적인 행위', 즉 '놀이'를 차이점으로 꼽기도 하지만, 까마귀나 포식자들이 즐거움을 위해 사냥감을 공격하거나 놀이를 즐기는 장면은 심심찮게 관찰된다.
배려심이나 이타심은 어떠한가? 타인에게 배려가 부족한 사람을 짐승 같다고 비난할 수는 있어도, 그를 정말 '동물'이라 정의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과학적으로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종으로 정의할 수밖에 없겠지만, 철학적으로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나는 인간을 '맹목적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정의해보고 싶다. 여기서 사랑의 대상은 단순히 사람이 아니라 학문, 행동 양식, 물건, 지역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혼주의자라고 해서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연애를 하되 결혼을 선택하지 않거나, 실질적으로 결혼과 다름없는 동거를 할 수도 있다. 사람과 연애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가치에 몰두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무엇이든 하나쯤은 나오기 마련이다. 그 이유를 물으면 대답이 돌아오겠지만,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보자.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기 시작했는지, 좋아하기 시작하니 이유가 생겼는지 말이다. 나는 그것이 '맹목적 사랑'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없는 사람은 사실상 정신적으로 죽은 것과 다름없으며 삶을 영위하기 힘들 것이다. 삶과 직결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도 이 '맹목적 사랑'을 바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