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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Oct 27. 2023

품고 있는 날개

연탄집

2014년 2월.

나는 지금 캐나다행 비행기에 타고 있다. 

내가 외국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해 볼 수도 없었다. 

내 오른손에는 여권과 왼쪽 손에는 캐나다 컬리지 합격증이과 비자가 들려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집은 내가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가난했다. 

동네에서 버스운전 하는 아빠와 미싱일을 도와주는 시다 일을 하는 엄마는 매일 밤 9시가 넘어서까지 일을 하는데도 우리는 단칸방에 살았다. 그 단칸방은 집주인집과 이어져있는 맨 끝 방인데 반대쪽에도 문이 있어서 현관을 따로 사용했다. 방 안에 있는 문을 열면 주인집의 거실과 연결이 되어 있었는데 이 문은 주인집 쪽에서 잠가서 우리는 그 문으로 주인집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단칸방 안에서 주인집 방 문에 귀를 가만히 대고 있으면 주인집 사람들의 말소리와 텔레비전 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사는 단칸방에는 다락이 있었고 그 다락방에는 쥐와 바퀴벌레가 같이 살고 있었다. 방 안에 냉장고와 작은 텔레비전 그리고 오빠와 내 책상이 있고 우리 네 식구가 누우면 더 이상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오면 부엌이 있었고 그 부엌에서 우리는 연탄을 피우며 방을 따뜻하게 하고 밥을 지어먹었다. 가끔씩 비누에 못 보던 자국이 생기면 엄마랑 아빠는 쥐를 잡기 위해 부엌문과 밖으로 나가는 문을 잠그고 우리는 절대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러다 조금 있으면 아빠가 빗자루로 쥐를 잡았다며 봉지를 가져오라고 불렀다.


부엌에서 방으로 들어가는 문 옆으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있었다. 열쇠도 필요 없이 고리와 훅으로 되어있는 문이다. 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좁은 계단을 3칸 내려가는데 그 위로는 빨랫줄이 길게 매달려있어서 빨래가 널려 있는 날이면 빨래들을 헤치며 걸어가야 했다. 

엄마한테 혼나서 밖으로 쫓겨나는 날이면 이 좁은 계단에 앉아 울다가 잠이 들었다. 아빠가 와야 집에 같이 들어갈 수 있는데 아빠는 일이 끝나면 항상 술을 먹고 집에 늦게 들어오거나 안 들어왔다. 그나마 술에 취해 늦게 집에 오는 날이면 아빠를 방패 삼아 같이 집에 들어가는데 아빠가 외박이라도 하는 날에는 밖에서 오들오들 떨며 새벽이슬을 다 맞고 쭈그려 앉아 있어서 잘 펴지지도 않는 다리를 겨우 펴가며 아침에 들어가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화장실은 집에서 나와 3개짜리 계단을 내려와서 앞으로 쭉 걸어가면 큰 대문 옆에 있었다. 푸세식 화장실로 오줌과 똥이 다 보였고 여름에는 구더기들이 보여서 무서웠다. 밤에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똥이 마려우면 옆에서 자고 있던 오빠를 깨워서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래도 날이 좋은 여름에는 오빠도 흔쾌히 같이 가주지만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오빠는 귀찮다고 싫어했다.


이런 집에서 초등학교 2학년부터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살았다. 

내가 1985년도에 태어났으니 1995년부터 1997년도까지 이런 책에서나 나올 법 한 집에서 살았다. 

친구들 집이나 동네에 다른 사람들 집에 가보면 집 안에 화장실이 있었다. 그건 그 집이니까 당연하고 우리 집은 당연히 화장실이 밖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왜 우리 집 화장실은 밖에 있지? 왜 다른 집 화장실은 변기가 있어서 깨끗하고 냄새도 안 나지?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동네에서 우리 집만 이렇게 가난했는데 어렸을 때는 내가 가난해서 이런 집에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들 다니는 수영학원이나 피아노 학원을 나는 다니고 싶거나 왜 나는 안 다니는지 생각자체를 안 했다. 그런 생각 자체를 할 수 없게 조기교육을 잘 받아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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