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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한 스컹크 Oct 30. 2023

품고 있는 날개

엄마가 가출하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즈음에 엄마는 집을 나갔었다. 


얼마나 오래 나가있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엄마가 없는 동안 아빠는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며 일을 했고 아빠의 회사 동료라는 사람들이 가끔 집에 와서 우리를 챙겨줬다. 

하루는 회사 동료들이 와서 우리를 챙겨주고 있었는데 그때 잠깐 집에 와서 우리를 살펴보던 엄마가 화를 내며 그 사람들을 쫓아냈다. 그러더니 여자애인 나를 어떻게 모르는 남자들한테 맡기냐며 엄마는 우리에게 화를 냈고 다시 집에 들어왔다. 


그러고 나서 친척들 집에 전화를 돌리며 본인이 집을 나가있는 사이에 모르는 남자들이 와서 나를 성폭행했다며 난리를 쳤다. 

나는 그런 일 없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는데도 엄마는 머릿속으로 소설을 쓰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것이라고 너는 저 사람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화를 냈다. 이런 소리를 나는 몇 달씩 들어야 했고 엄마는 매일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 덕분에 나는 그날 이후부터 30살이 넘을 때까지 불안할 때면 성폭행을 당하는 꿈을 꿨고 엄마는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엄마가 돌아온 이후로 계속 잠을 못 자고 매일 악몽에 시달리며 점점 약해졌고 자주 아픈 나를 부모님은 한의원에 데려갔다. 한의사분은 기가 약해졌는데 혹시 최근에 심하게 놀란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 엄마는 본인이 집을 나간 이야기부터 또 꺼내며 그 이후로 내가 이렇게 된 거라고 아빠 탓을 하기 시작했다. 진맥 후 처음으로 비싼 한약이라는 것을 먹게 되었다. 한약은 쓰고 맛이 없었지만 내가 아프니 부모님이 신경도 써주고 비싼 약도 사준다는 생각에 사랑받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 후로도 나는 종종 나의 몸에 상처를 내며 관심받기를 원했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거나 그냥 넘어져서 몸에 피가 나며 상처가 나면 엄마 아빠가 나를 한 번이라도 더 봐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좋아했다. 넘어지지 않을 때에는 커터칼로 손을 베면서 일부러 상처를 만들었다. 그렇게라도 나는 부모님의 관심을 받고 싶었다.


원치 않게 다시 집에 돌아오게 된 엄마는 항상 내 탓을 했다.

너 때문에 다시 이 집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너만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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