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한 스컹크 Jan 01. 2024

품고 있는 날개

한국에서의 비정규직

내가 서울의 4년 제로 편입했던 이유는 사회생활에서의 차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잠깐이나마 취직했던 곳은 4년제 또는 2년제 출신을 유니폼 색깔이나 명찰을 다르게 하며 차별을 두었다. 

그러다 힘들게 편입해서 4년제를 졸업했더니 이번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차별을 두었다.


한국에서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대단하다.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다닌 회사는 매년 제공되는 복지카드의 금액이 달랐다. 

또 취직하면 정규직은 인사팀에서 집으로 취업을 축하한다는 꽃다발을 보내줬고 비정규직은 아무것도 없었다.

비정규직에게 호봉은 당연히 없었다.


회사 내에서의 차별도 심했다. 회의가 열리면 비정규직은 참여하지 말라고 공지가 날아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길 자체가 달랐다. 그래서 비정규직은 더 이상 정규직이 목표가 아닌 무기계약직이 목표가 되어버렸다. 계약직의 특성상 취직이 되었어도 취직 전과 마찬가지고 고용불안이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잘 돼 봐야 무기계약직이다. 말 그대로 무기계약직은 계약직이긴 하지만 매년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시스템이고 그렇다고 호봉이 쌓인다거나 승진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계약직은 항상 정규직 직원들에게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인사고과에 적용이 되었는데 정규직 직원들은 이 시스템을 아주 잘 활용하였다. 본인들이 하기 싫은 업무나 심부름 같은 일(개인심부름도 많았다. 내 앞에 있던 정년을 앞둔 할아버지는 매일 인터넷을 하고 놀면서 내 자리로 전화를 해서 부탁했다'어이. 내 자리로 커피 한잔.'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게 하루에도 서너 번이나 그랬다. 내가 퇴사하는 그날까지.)을 계약직에게 시키며 계약직 직원이 싫은 티를 내거나 거절할 경우 이번에 있을 인사고과 평가에 점수를 잘 주지 않겠다는 고운 협박을 날려주었다. 그러면 계약직은 어쩔 수 없이 잡일을 맡아서 해야 했다.


비정규직인 나에게 아무도 업무관련된 이메일을 보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중요한 일정을 자주 놓치기도 했고 실수도 많이 했다. 아무리 나에게도 업무 관련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업무를 더 이해하고 잘해보고자 바둥대자 하루는 실장이 나를 불러서 말했다.

'비정규직은 일 배울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예쁘게 앉아있다 퇴사하면 그만이야. 일 배우려고 하지 마. 어차피 일은 정규직들이 하는 거니까. 알겠지?'


공공기관에 취업해서 기쁜 마음에 나는 명함을 신청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명함이 내 자리에 도착했다. 너무 기뻤다. 그러고 나서 회사 내로 공문이 날아왔다.

앞으로 비정규직은 명함신청하지 말 것.


당시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었는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내용이어서 보면서 동질감도 느끼고 우울감도 많이 느꼈다.


나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렇게밖에 안 되는 것인가. 

내 삶은 왜 이럴까. 

더 나아진 삶이란 내 인생에 없는 것인가.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의 이전글 품고 있는 날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