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간 주말은 정말 쉼 없었다.
한 주는 아들과 같이
금요일에 전주에 가서 모임에 참석했고
토요일에 포천에 글램핑을 갔고
일요일에 어린이대공원에 갔다
아무 생각 안 하려고 주말엔 이런 식으로 미친 듯이 나를 몰아세웠다.
그 생활을 두 달째하고 나니 체력이 훅 떨어졌다.
모든 일이 다 짜증 났고 귀찮았다.
나한테 운동은 제일 싫은 일 중 하나다.
필라테스를 2년을 꾸준히 한 건 좋아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함이었을 뿐.
허리디스크 때문에 기어서 화장실 가던 그날을 떠올리며 매일매일 가기 싫은 맘을 다잡고 필라테스를 다녔다.
그런 내가 러닝을 하겠다 결심한 건
회사에서 혼자 계속 성질내고 있는 내 모습에 현타가 온 날이었다.
주말 내내 날 몰아붙이고는 평일 내내 화나 있는 나란?
주말 동안 몰아붙이고 싶으면 체력이라도 길러보자.
"화가 나서 뛰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하셨던,
내가 애정하고 존경하는 그녀에게 회사 메신저를 보냈다.
" 차장님. 저 러닝을 할까 하는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 전화하시죠."라고 답이 왔다.
내가 했으면 다 할 수 있다고.
백 미터 달리기도 20초 걸리는 나라고.
그리고 해내고 나면 그 성취감이 엄청날 거라고.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거라고.
런데이 어플을 깔고 그냥 일단 해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 네..."라고 했지만 반신반의했다.
아 내가 할 수 있다고? 러닝을?
러닝머신이라면 지긋지긋한 내가?
에이 내가? 계속 날 의심했다.
슈퍼 P인 나는 그날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집 앞 공원에서 처음으로 런데이 1일 차를 해냈다.
어느 지점을 지날 때마다 훅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내 답답한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느낌이었다.
진짜 마음이 시원했다.
그래서 요즘 나는 뛰고 싶어 미치겠다!!!!!!!!!!
36년 만에 처음으로 운동이 재밌다.
이런 운동도 저런 운동도 모두 다
뭘 해서든 하루에 만보 이상 걷게 되었고
어디든 계단을 올라도 숨이 덜 차게 되었다.
흘리는 땀만큼 가벼워지는 몸도, 늘어나는 체력도, 좋아지는 기분도, 너무 좋다.
이제 나한테 주말 내내 키즈카페 6시간쯤은 껌이다.
정신력으로 살던 나에게 체력이 생기니 정말 살만하다.
나에게 그분은 주기적으로 용기를 주신다.
나도 하고 있고 너도 할 수 있고 우리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배울 점이 많고 용기를 주는 그분에게 정말 감사하다.
덕분에 나는 평일에 화를 덜 내고 있고 좀 더 평화롭다.
난생처음으로 예쁜 몸을 만들고 예쁜 비키니를 입고 싶단 생각을 한다.
내년 여름쯤엔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내가 너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