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첫 어린이날

by 이씨 이혼하다

어린이날 대장정은 나만 계획한 게 아닌가 보다.


광명에서 속초까지 6시간이라니.

6시간 동안 운전을 쉬지 않았다. 참고 참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우리 아들을 위해 준비한 키즈룸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미끄럼틀과 다락방이 있는 호텔이라니! 얼마나 좋아할까


나만큼이나 힘들었을 텐데 5살 그 아이는

1시간의 대화 2시간의 영상 3시간의 수면으로

그 6시간 동안 "힘들어요 엄마"라는 말을 자기 직전, 차에서 내릴 때 딱 두 번. 고마웠다.


아마 자주 차 태워 혼자 먼 거리의 재활센터에 다닌 구력이 너에게도 나에게도 생긴 탓이겠지. 미안했다.


키즈룸에 들어서자마자

엄마!!! 너무 신이 나요!! 여기 오늘 우리 집이야!!!

신나 하는 아들의 모습이 고된 운전의 기억을 잊게 했다.



이름 콤플렉스가 있는 나는 아들 이름을 지을 때 딱 3개만 생각했다.

그냥 누구든 발음하기 쉽기를,

놀림받지 않을 이름이기를

그 시대에 맞는 이름이기를


나의 아들의 이름은 수호다.

간단하고 21년의 흔한 이름 순위에 드는 그런 이름.


얼마 전 친한 언니가 나한테 친한 선배의 어머니가 사주를 잘 보시는데 네가 힘드니 네 거 봐달라고 하겠다며 사주를 봐보라고 제안한 적이 있다.

무속신앙이 싫은 나도 왜인지 보고 싶었다.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는 이 넘실대는 파도 같은 상황에선 무속신앙에 조금 기대고 싶었나 보다.


아주머니는 말하셨다.

아들이 엄마의 방패막이자 등불 같네요.

유일하게 인생에서 엄마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자식이겠어요.

자식 바라보면서 힘든 상황을 견뎌내는 거 같아 보이는 사주네요. 서로 의지하고 살겠어요.


정확하다.

수호가 있어서 견디고

수호가 날 수호한다.

서로가 있어서 살아가는구나. 오늘도 이렇게.


그런 네가 오늘은 사람이 득실득실한 이 리조트에서

그런데요, 아빠는 어디 갔어요? 를 물었을 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단다.

"아빠가 보고 싶어 수호야?"

"아니"

"그럼 왜?"

아직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아들이 질문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다른 친구들이 아빠랑 같이 있는 모습에

나의 아빠는 어딨 을까 궁금했겠지.


조금은 울적한 어린이날 대장정의 시작일이다.

그럼에도 이 키즈룸에서 신나 하는 너의 모습에

조금은 안도해. 우리는 여전히 잘 견디고 있잖아.


부족함을 부족하지 않다고 느낄 만큼 사랑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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