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의 빈자리

by 이씨 이혼하다

이혼 후에 혼자 아이를 데리고 참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제주도에서 단 둘이 10일을 보내기도 했고

이번 휴일은 강원도에서의 4일을 보냈다.


결혼생활 중에도

여행을 계획하고, 짐을 싸고, 운전을 하고

아이 밥을 먹이고, 어디를 데려갈지 또 고민하고

짐을 싸고 운전하고 돌아오는 것도 다 나의 몫이었다.


그의 역할은

무거운 짐을 든다. 아이를 돌본다. 였다.


여행에 갈 때마다 항상 내가 다 하는 걸 한 번도 먼저 할 생각이 없는 그에게 불만이었다.

(운전하는 중이니까 어디 갈지, 뭐 먹을지 좀 찾아!!! 축구기사 그만보고!!!!!!!라고는 백번쯤 했을거다)


맡기느니 내가 한다라는 마음으로

신호가 정차중일 때 음식점을 찾고, 아이랑 갈 곳을 찾아

내 맘대로 향했다.


아이와의 둘만의 여행은 무거운 걸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걸 빼고는 딱히 불편한 점이 많지 않다.

그래도 아이가 힘들 때 아이를 안고 10분쯤을 걸을 만큼의

전완근이 키워졌기에 무거운 짐 따위, 안아달라는 아이의 요구는 어렵지 않았다.


정말 딱히 불편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어린이날의 원래 계획은 2박의 포천 글램핑이었으나

친구한테 연락 왔다.

"혼자 있지 말고 속초로 와. 연수원 예약해 놨어"

냉큼 받았다. "오키 갈게"

예전 같으면 그들이 노는 데에 끼는 게 불편했을게 미안해서 "됐어 혼자 있을래"라고 했겠지만

형누나랑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안불편하니 오란 거겠지 라는 마음을 가지고.

밤에 캠핑장에서 혼자 먹느니 친구와 친구남편과 술을 마시는 게 덜 외롭겠단 마음으로.

며칠쯤 친구에게 기대기로 했다.


1박의 키즈룸 생활이 끝나고

친구를 화담사에서 접선하고

친구와 친구남편과 그들의 아들과 같이 등산로를 걸었다.


수호가 안아달라고 할 때마다

대신 안아주겠다는 친구남편의 말을 거절했다.

저 진짜 괜찮아요~~ 혼자도 잘 안고 다녀요

(사실 등산로는 좀 힘들었다.......)


그리고 내려와 연수원으로 향했다.

다음날은 케이크를 만들고 밥을 먹고 모래놀이를 하고

신나게 하루를 보냈다.


아이를 재우고 육퇴를 했고

아직 아이를 재우는 친구를 두고는

친구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아까 항정이(친구의 아들)가 묻더라고

"수호는 왜 아빠랑 같이 안 와요?"

아 젠장, 7살의 아이는 저런 궁금증을 가지는 구나.

하긴. 우리 친구 세명 가족의 동반 여행을 갈 때마다 아빠는 계속 없었네.

7살에 저런 질문을 한다면 나한테는 2년 남았다. 젠장. 어떡하지? 그때가 되면 난 뭐라 대답하지?

머릿속이 난장판이었다.


그에게 물었다. "오빠는 뭐라고 대답했어요?"

"그냥, just 궁금증이잖아. 아직 이해할 나이는 아니라.

심플하게 바빠서 못 왔어라고 했어. 이해할 나이쯤에 자세히 말해주면 되겠지."


아 전남편의 빈자리를 가장 빨리 알아챈 사람은

나도, 우리 수호도 아닌 친구의 아들이었다.


오히려 고마웠다 그 빈자리를 알아채줘서.

2년 정도 있음 이제 궁금해할 시간이구나를 느끼게 해 줘서.

2년은 긴 시간일 테니 그 긴 시간 동안

아이에게 해줄 말을 서서히 준비해야지.


나에게 디데이를 정해준

그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이번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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