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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기만 해도 좋은 슬로시티(Slow City)

다시 한 번 더 오고 싶은 도시

by 농장금

여행을 하다 보면 나와 잘 맞는 도시가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거기서 거기 같기도 하고 명확한 이유를 말하기에도 어렵지 그저 느낌이 좋아서 그곳에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도시들이다. 우다이푸르가 나에게는 바로 그런 곳이었다. 이 작은 도시는 인도에서 지나왔던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서 그렇게 큰 도시도 아니기 때문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든지 혹은 음식이 독특하다든지 하는 차별성은 없었지만 이곳에서 이틀을 지내면서 언젠가는 다시 한번 더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도 그 생각은 유효하다.


우다이푸르에서의 둘째 날 아침은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인도에 도착한 날부터 우다이푸르를 오는 여정에서 여행의 노독을 제대로 풀지 못했는데,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여유롭게 호텔에서 조식을 먹다 보니 지친 몸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숙소 주변과 강가를 산책하고 난 뒤 우리는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활용한 교통수단은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한 기차와 비행기였지만 버스는 온라인 예매가 아닌 현장 예매로 구매해야 했기 때문에 다음 도시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빨리 버스 터미널에서 티켓을 구매해야 했다.

IMG_3160.HEIC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버스 티켓을 사고 우리가 떠나야 하는 시간이 정해지니 벌써 이 작은 도시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이곳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동네 주민처럼 천천히 도시를 둘러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이미 첫째 날 우리는 이 도시의 여유로움이 좋았기에 둘째 날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이 도시의 기억을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천천히 햇볕 아래서 걷다가 땀이 조금이라도 날 거 같으면 강가 주변의 카페에 앉아서 호수바람과 시원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땀을 식히고 또 나른해질 때쯤 일어나서 다시 강가를 거닐었다. 그렇게 우리는 우다이푸르의 순간들을 온몸으로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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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질 때쯤 우리는 강가의 옆에 있는 식당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왔다. 우리가 들어갈 때에는 이제 막 저녁 장사를 시작한 시간이라서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맥주를 한 잔, 두 잔 마실 때마다 테이블도 하나, 둘씩 손님들로 가득 차고 있었다. 이런 루프탑 식당들은 외국인 손님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현지인 손님들도 의외로 많았다. 몇 테이블의 손님들은 사장님과도 가볍게 인사를 나누시는 것을 보아서는 이 동네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들을 보고 있자니 황홀한 풍경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그들이 조금은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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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이푸르에서의 이틀은 촘촘하게 짜인 여행 일정보다는 호수를 주변으로 여유롭게 거닐다 다시 카페에 들어가서 호수 시원한 바람과 차 한 잔을 즐기고 다시 또 걷는 그런 평범한 여행이었다. 유명한 건축물이나 유적지가 있는 곳에 간 것도 아니지만 그런 평범함과 여유로움 때문에 나중에도 삶의 여유가 필요할 때 그리워질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사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려는데 왜인지 모르게 잠들기가 싫은 그런 밤이었다. 이런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더 오래 느끼고 싶은 욕심이 들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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