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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찾아 떠난 도시, 조드푸르(Jodhpur)

김종욱 찾기의 그 곳이라고?!

by 농장금

2010년도에 개봉한 공유와 임수정 주연의 '김종욱 찾기'는 인도 여행과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엮어 숱한 사람들에게 인도 여행의 로망을 안겨 준 영화이다. 특히 인도에서 촬영한 부분은 조드푸르(Jodhpur)는 모로코의 셰프샤우엔(Chefchaouen)과 동일한 블루 시티(Blue City)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그렇게 우리도 조드푸르를 보기 위해 우다이푸르에서 아침 7시 반에 버스를 타고 조드푸르로 향하였다.


조드푸르로 향하는 2층 버스는 슬리핑 버스(Sleeping Bus)였다. 1층과 2층 모두 누워서 갈 수 있게 의자가 아닌 바닥으로 이루어진 버스였다. 우리는 안전을 위해 2층의 좌석을 구매하였지만 이는 버스에 탄지 1시간 만에 큰 후회로 다가왔다. 먼저 슬리핑 버스는 분명 2인 좌석이라고는 하였는데 앞 뒤로 큰 가방을 메고 다니는 여행자들에게는 가방의 자리가 벌써 0.5인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서 다리도 제대로 뻗지 못하고 새우잠을 자는듯한 자세로 누워서 가거나 앉아서 가야 했는데, 이 역시 편한 자세는 아니었다. 그리고 라자스탄은 사막을 품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낮의 태양이 정말 강렬해 버스의 2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열기로 가득해졌다. 그렇다고 창문을 섣불리 열었다가는 모래먼지를 흡입해야 하기 때문에 연신 '덥다 더워'를 말하며 휴게소에서 정차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KakaoTalk_Image_2023-01-29-10-25-38.jpeg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4시간이라는 긴 시간 끝에 겨우 도착한 조드푸르에서 우리는 무조건 시원한 식당을 찾아 나섰지만 대부분의 식당이 야외에 테이블을 두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급한 마음에 눈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이 식당이 예전에 '김종욱 찾기' 촬영팀이 식사를 했던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식당 주인아저씨께서 한국인이냐면서 당시의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굉장히 반가워하셨다. 만약 당시에 마음의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식당의 사진도 찍고 주인아저씨와도 함께 사진을 찍었을 텐데 더위에 지친 우리는 시원한 라씨를 홀짝이며, 영혼 없이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숙소에 짐을 맡겨 두고 나오니 여러 곳을 둘러보며 여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서 메헤랑가르 요새(Meherangarh Fort)라는 인도에서도 손꼽히는 요새만 다녀오기로 했다. 메헤랑가르 요새는 1459년도에 지어진 요새로 125m의 바위산에 위치해 있고 성벽의 높이만 36m에 이르기 때문에 한눈에 봐도 정복하기 어려운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곳은 수백 년의 시간 동안 많은 침략을 받았지만 그 침략을 잘 막아낼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요새에서 내려다본 조드푸르의 푸른 색감은 지금껏 지나온 핑크시티, 화이트 시티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편안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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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푸르가 블루 시티가 된 까닭은 사실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과거 브라만 계급의 사람들만이 파란색으로 자신의 집 외벽을 칠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파란색은 브라만 계급이 다른 계급을 차별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수단이었던 것이다. 물론 현재는 일반인들도 파란색으로 외벽을 칠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힌두교의 힘이 강력한 인도에서 얼마나 많은 비브라만계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외벽의 색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었다.


메헤랑가르 요새를 둘러보고 그 아래에 위치한 선셋 포인트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선셋 포인트를 어떻게 가야 하나 헤매고 있던 와중에 개 한 마리가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는데, 인도에서 만나 길거리 동물들은 정말 친절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도착한 선셋 포인트에는 이미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조드푸르를 바라보며 풍경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비록 이곳의 파란색은 차별을 위한 색상임을 알고 있었지만 도시의 군데군데 칠해진 파란색은 분명 아름다웠다. 적어도 인도 신분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외지인의 눈에는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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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후 내내 눈으로 조드푸르의 파란색을 담고 날이 어두워져서야 시내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음식을 포장해 와 조드푸르의 중심지에 위치한 시계탑이 잘 보이는 곳인 숙소의 루프탑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저녁 식사를 즐겼다. 저녁을 먹으며 조드푸르에서의 하루는 도시를 온전히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한 시간이었고 짧은 여행 기간의 아쉬움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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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조드푸르를 찾는 이유는 '김종욱 찾기'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에서 둘이서 이곳을 여행하는 장면은 누구나 우연한 만남 혹은 운명적인 만남을 꿈꾸게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지에서 만난 우연한 만남을 오래 간직해 가는 사람들은 드물다. 영화에서도 임수정이 끝까지 김종욱 씨를 외면했던 이유는 여행지에서의 강렬하고 짧았던 설레는 순간을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만 잘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시 김종욱 씨를 만났을 때, 그때의 소중했던 추억이 변색될까 봐 섣불리 김종욱 씨를 찾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영화를 보지 못했던 외국인 친구에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서 설명해 주면서 우리의 조드푸르의 추억은 나중에 어떻게 변해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하며 조드푸르의 마지막 밤이 무르익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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