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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낭만이 느껴지는 자이살메르(Jaisalmer)

우연히 알라딘을 마주칠 것만 같은 곳

by 농장금

디즈니에서 만든 알라딘을 보면서 사막 위의 도시들은 어떤 곳인지 늘 궁금했었다. 실제로도 사막 위의 도시들에 있는 건물 외벽은 사막의 모래 같은 황금색을 띠고 있을 것 같고 건물들 사이사이의 줄에는 알록달록한 색들의 양탄자들이 걸려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궁금증 때문에 우리는 자이살메르(Jaisalmer)라는 도시를 우리의 여행 일정에 넣었다. 이곳은 사막 사파리 투어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원래는 우다이푸르에서 바로 이 도시로 오는 것으로 계획했지만, 그곳에서 버스티켓을 살 때 마음을 바꿔 예정에 없던 조드푸르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조드푸르에서의 하루 때문에 사막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는 없었지만 조드푸르의 아름다움을 즐겼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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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푸르에서 자이살메르를 가기 위해서 우린 또다시 버스를 이용했다. 우리는 버스 출발 전 날에 티켓을 구매했기 때문에 편안한 2층 슬리핑 칸을 예매하지 못했고, 1층의 좌석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고난의 버스가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자이살메르를 향하는 아침 버스에 올랐다. 조드푸르에서 자이살메르까지는 버스로 5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사실 처음에는 버스에 승객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쾌적하게 가는듯했다. 하지만 역이 아닐 것 같은 곳에서도 버스가 몇 번을 더 정차하더니 버스 안의 좌석은 물론이고 통로까지 사람들로 빼곡하게 채워졌고 그렇게 자이살메르행의 고난은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승객들이 들어오면서 처음에는 바닥에 앉아 있던 승객들이 하나둘씩 좌석의 팔걸이 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몸이 조금씩 좌석에 앉은 우리 쪽으로 붙으면서 분명 탑승할 때는 2 명에서 충분한 자리가 어느새 3인석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좌석의 팔걸이에는 또 다른 사람이 앉아서 우리 모두를 창 쪽으로 밀고 있었기 때문에 찌부짜부가 된 채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이곳은 사막이기 때문에 모래 먼지가 어마어마하게 날리기 때문에 창문을 제대로 열 수 조차 없었다. 더 심각했던 것은 통로에도 이미 승객들이 꽉 차 있었기 때문에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너무 당연하게 우리 옆에 앉아 있는 인도인이 우리가 화장실을 다녀오면 우리의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을까 봐 섣불리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로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는 나그네와 같은 경험을 한 후에야 우리는 겨우 자이살메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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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점심시간이 지나 서야 우리는 자이살메르에 도착할 수 있었고, 숙소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침대에 뉘어서 달래준 후에야 우리는 자이살메르를 둘러볼 수 있었다. 라자스탄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 자이살메르는 골드 시티(Gold City)라고 부르는데, 정말이지 건물의 외벽들이 황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햇빛이 저무는 시간대에는 도시 전체가 황금색으로 빛난다. 또한 이곳의 건물들은 1100년대부터 만들어졌고 일부는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다른 라자스탄의 도시들과는 다르게 거리 곳곳에는 티셔츠에서 양탄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걸어두고 판매하는 것을 보며 과거의 무역의 중심지의 위용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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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이살메르가 신기했던 점은 바로 라자스탄의 다른 요새들과는 다르게 자이살메르 요새(Jaisalmer Fort) 안에는 상점들과 식당들이 즐비해 있었다. 지금까지 지나왔던 도시들의 요새들은 모두 관광지이기 때문에 요새 안에는 식당과 카페가 없었는데, 이곳은 오히려 요새 안의 시장과 식당들이 요새 밖의 것들보다 훨씬 더 분주한 모양새였다. 뿐만 아니라 요새 안의 골목들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알라딘이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상이 무르익을 때쯤이면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다시 21세기의 이곳으로 우리를 되돌려다 주었다. 그렇게 자이살메르 요새는 상상과 현실의 그 경계에 우리를 두고 저울질하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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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수록 황금의 도시답게 자이살메르의 도시의 외벽들은 황금빛을 더 강렬하게 내뿜고 있었다. 그 강렬한 황금빛을 좀 더 즐기기 위해 우리는 요새 안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발 빠르게 움직인 덕분에 루프탑 식당에는 아직 손님들이 많이 없었고, 우리는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근사한 풍경을 보며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있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행복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하고 있음을 느꼈다. 분명 몇 시간 전만 해도 인도라면 치가 떨릴 만큼 싫었던 버스에 앉아 있었지만 어느새 우리는 이곳을 잠깐 지나가는 여행객임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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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이곳은 정말이지 하루에도 기분이 수십 번 바뀌는 곳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어떤 점에서 싫다가도 또 다른 부분 때문에 다시 좋아지게 하는 그런 신기한 매력을 가진 곳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분명했던 것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모두 힘들었지만 행복한 하루였다는 말들을 되풀이했고, 자이살메르에서의 하루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소똥을 밟기 전에는 그랬었다. 그렇게 신발에 묻은 소똥을 닦아 내며 이곳에서의 밤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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