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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장금 Jun 24. 2023

타이중 여행 퍼즐 한 조각

여행은 조금씩 완성시키는 거예요

    여행의 매력 중 한 가지는 계획하지 않은 곳에 갔다가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감동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여행을 하기 전에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는 J형 스타일에게는 흔히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P와 J의 경계에서 여행하는 스타일인 나에게는 종종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일월담을 출발한 버스의 원래 종착지는 우리가 머문 호텔 주변에 있는 버스 정류장이었다. 하지만 호텔로 바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버스게서 급하게 타이중의 관광지를 물색해 봤다. 하지만 딱히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었기에, 일단 타이중 고속철도역에서 내리기로 하였다.


    타이중 고속철도역 타이중의 남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HSR (High Speed Rail)이라는 고속철도가 정차하는 역이다. 그리고 타이중에서 하나의 라인이 있는 지상철의 출발역이자 종점이기도 했다. 그렇게 일단 무작정 지상철에 오른 후에 구글 지도를 보며 지상철이 지나는 역 중에서 그나마 방문할 만한 곳을 찾아 내리기로 했다.

Copyright 2023. 농장금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그렇게 한참을 구글 지도를 보다 국립 타이중 가극원 (National Taichung Theater)을 가기로 했다. 하루 종일 뙤약볕을 거닐다 온 우리에게 야외 관광지보다는 실내에서 시원한 에어컨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공간이면서도, 저녁 식사 전까지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했기에, 우린 망설임 없이 가극원을 선택했다.


    시청역에서부터 가극원까지는 족히 15분은 걸어가야 했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강렬한 태양의 기운이 꺾여가는 오후 5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이었고, 가는 길에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게 때문에 너무 따분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이곳의 건물들의 외벽 색깔은 어두운 계열로 칠해져 마치 공산국가의 건물들을 연상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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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빌딩들도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어오다 보니 어느새 가극원에 도착하였다. 이곳의 명칭은 가극원이었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문화 복합 공간에 더 가까우리만큼 전시실 이외에도 소품샵, 레스토랑, 카페, 서점, 체험 공간 등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곳곳에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가극원의 옥상에서 바라보는 타이중의 모습이었다. 가극원은 5층 높이였기 때문에 주변의 고층 아파트들에 비해 한 없이 작은 곳이지만 길건너편에 우리가 걸어왔던 공원과, 공원의 좌우에 세워진 건물들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축소시켜 논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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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가극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한숨을 돌리고 나니, 어느새 해가 조금씩 저물기 시작했다. 가극원을 나와 저녁 먹을 곳을 가기 위해 고급 아파트들 사이로 들어오니, 타이중의 모습은 또 색달랐다. 밤을 맞이하기 위해 건물 외벽에는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고, 아름다운 외벽의 조명만큼이나 아파트의 입구에도 불빛이 들어왔다.


    우리가 머문 호텔의 주변에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와 상점들의 간판에서 나오는 강렬한 불빛들이라면, 이곳은 좀 더 다듬어진 은은한 불빛이었다. 도시의 은은한 불빛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저녁을 위해 찾아보았던 식당에 도착했다. 비건 식당이었기 때문에 음식은 예상대로 깔끔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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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중국음식은 진한 간과 기름을 이용해 만들지만 이곳은 대부분 채소를 가볍게 데쳐서 요리하기 때문에 그런 자극적인 맛이 한결 덜했다. 그리고 재료들의 본연의 식감을 살리면서 요리를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씹어 먹는 재미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버섯을 메인으로 했던 음식이 새콤달콤하면서도 버섯의 꼬들꼬들함이 느껴지는 최애음식이었다. 그렇게 나오는 접시를 하나둘씩 비우다 보니 배가 불러왔지만 음식이 맵거나 기름지지 않았기 때문에 남은 음식들도 쉼 없이 입으로 직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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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먹고 나서 소화를 시킬 겸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웬 것을 걸어가는 길에 우연히 수플레 맛집을 지나가게 되었고, 발걸음은 어느새 더 이상 버스 정류장이 아닌 카페 카운터에 멈춰서 있었다. 그렇게 수플레까지 먹고 나니, 이틀 동안의 타이중 여행을 정말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을 했다. 타이중에 오기 전에는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많이 걱정했지만 막상 비가 온 적도 없었고, 방문했던 여행지들과 식당들 덕분에 눈과 입이 모두가 즐거운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짧게 방문해서 다소 아쉬움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채우지 못한 아쉬움은 다음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였다. 20대 초반이었다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더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먹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은 너무 넓기 때문에 한 곳을 여러 번 방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여행의 완성은 한 번의 방문으로 이루어져야만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쉬움이 남으면 다음에 다시 오면 되는 것으로 마음먹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다시 돌아와서 그때 채우지 못한 아쉬움을 채우면 비로소 여행이 완성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타이중에 대한 아쉬움을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며 여전히 나는 타이중을 여행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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