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가오슝? 만나서 반가워
해당 여행기는 2023년 9월에 다녀 온 여행을 토대로 작성하였기 때문에, 일부 내용에 업데이트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휴식은 에너지 재충전을 위해 너무나도 절실하다. 특히나 휴식을 집이 아닌 집 밖의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과 함께 하는 것을 선호하는 나의 경우는 더더군다나 해외 여행같이 짧고 강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휴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영락없이 직장인이었던 나에게 휴일은 공휴일 말고는 연차뿐이었기 때문에 여행지를 고를 때는 어떻게 하면 휴가를 적게 쓸 수 있는지와 어떻게 하면 이왕 쓴 휴가를 꽉 채워서 여행할 수 있는지를 계획하는 건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었다.
지도를 보며 2박 3일 같은 3박 4일 여행지를 찾다보니, 금요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월요일에 돌아올 수 있는 대만의 두 번째 도시 가오슝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가오슝을 가는 비행기는 타이거 항공이 김포공항에서 저녁 시간에 직항으로 운항하고 있어서 회사일을 끝내고 캐리어만 챙겨 여행가기 안성맞춤인 목적지였다. 안그래도 대만이 적당히 그리워지기도 했고, 가오슝에 있는 신기하게 생긴 건물도 하나 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마침 잘 됐다는 생각으로 9월 여행지는 가오슝으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같이 동행했던 친구가 가오슝의 위쪽에 대만의 미식도시 타이난도 함께 여행하는 것을 제안하여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빠듯한 여행 일정이 짜여졌다.
일을 마치고, 금용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가오슝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9월 중순의 가오슝은 정말 덥다'였다. 특히 대만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도시이다보니, 그 더위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는 훼미리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구아바는 이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방문하게 만들기 충분한 이유였다. 다만, 가오슝의 공항도 김포공항처럼 도시의 주변부에 위치해있어 밤 11시 언저리에 마지막 비행기가 착륙하면 아침까지 비행기가 따로 이착륙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인천공항처럼 밤 늦게까지 여는 식당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약간의 배고픔은 훼미리마트에서 산 구아바를 하나하나 꺼내 먹으면서 채워가며, 홍콩 친구가 캐리어를 끌고 입국장을 빠져나오기를 기다렸다.
2박 3일 같은 3박 4일 여행의 첫째 날은 역시 비행기 타기와 호텔에 가서 짐풀기 말고는 딱히 할 게 없는 것 같다. 비행기는 아무리 짧은 시간을 타더라도 타고나면 늘 피곤하기 때문에 남은 삼일동안의 강행군을 위해서는 첫째 날 저녁에는 별 다른 것을 하지 않고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둘째 날 아침은 홍콩 친구의 다른 대만 친구가 하루 종일 가오슝을 함께 여행하면서 가오슝의 이곳저곳을 보여주기로 했다. 어중간한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는 가오슝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곳으로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 택시는 어느 아파트 단지 같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줬다. 주위를 둘러보니 멀지 않은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손에 먹을게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곳을 보며 저 곳이 우리의 아침식사 장소라는 것을 직감하였다.
한국어로는 관래순 (寬來順)이라고 읽으면 되는 식당인데, 이 곳은 가오슝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과무사구 (果貿社區)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 메뉴는 전부 중국어로만 적혀 있었고, 직접 카운터에 가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오는 시스템이었다. 현지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할 때 가장 좋은 점은 내가 굳이 어떤 것을 먹고 싶은지 찾아보지 않아도 친구가 아는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침 메뉴도 나는 밀크티만 말했을 뿐 그 이외의 메뉴는 모두 친구가 알아서 골라왔다. 만두, 샌드위치, 무떡 계란 볶음 (?) 무엇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다 맛있었다. 호텔에서 가볍게 과일 정도로만 아침을 먹고 나왔지만 나의 위에는 맛있는 음식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은 여전히 충분했다.
관래순에 도착할 때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밥을 먹고 배가 부르니 조금씩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과무사구 바로 옆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곳은 안 쪽에서 보면 움푹 패인듯하게 지어진 건물이 마주보면서 원의 모양을 만들어내서 인스타그램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만한 아름다운 원을 담아낸 사진은 찍지 못했다. 그리고 이 곳은 마치 홍콩에 온듯한 느낌을 주었다. 홍콩에서 흔하게 보이는 창문의 창살이나 베란다에 옷을 걸어둔 모습이 영락없는 홍콩의 한 장면같은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아침 시간에는 너무 덥지 않아서 짧게 나마 과무사구 주변을 걸어다녀볼 수 있었다. 그리고 주말이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건물 옆 도로를 따라 시장이 들어섰고, 또 다양한 아침 식사를 위한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만약 관래순이 아니었다면, 이 곳 시장에서 파는 다른 음식들을 더 다양하게 맛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긴했지만, 그렇다고 관래순을 포기했다면 그 또한 아쉬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덕분에 대만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아침 식사와 홍콩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건물은 가오슝에서의 첫째날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더구나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시기 이후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 역시 가오슝 여행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