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지키는 가장 조용한 방법에 대하여
임신 7개월 차에 접어들던 날, 산부인과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 슬슬 백일해 주사 생각하셔야 해요. 27주 넘으셨으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머릿속이 살짝 복잡해졌다. 임신 중에 주사를 맞아도 괜찮은 건가? 꼭 맞아야 하는 건가? 비용은 얼마나 하지? 아무것도 모른 채 병원을 나왔고, 집에 와서 한참을 찾아봤다.
이 글은 그때 내가 알고 싶었던 내용들이다.
왜 하필 임신 중에, 27주인가
백일해는 어른에게는 그냥 오래 가는 기침이다. 불편하지만 버틸 수 있다. 그런데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기는 생후 2개월이 되기 전까지 백일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없다. 그 전까지는 백일해에 대한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 채로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특히 생후 3개월까지가 백일해 감염에 가장 위험한 시기다.
그 공백기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엄마가 임신 중에 미리 접종을 받는 것이다.
임산부가 Tdap 백신을 맞으면 생성된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의 혈류로 전달된다. 아기는 이 항체를 갖고 태어나, 생후 2개월 첫 접종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것으로 보호를 받는다.
엄마 몸이 만든 면역이 아기의 방패가 되는 것이다.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Tdap 접종력이 없는 임신부는 임신 27~36주 사이에 접종하고, 만약 이 시기에 접종하지 못할 경우 출산 직후 접종해야 하며, 이후 매 임신 시마다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 시기에 접종을 받으면 항체 형성에 약 2주가 소요돼 출산 전 적절한 면역력을 형성할 수 있다. 항체가 태반을 충분히 통과해 아기에게 전달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7주에 가까울수록 좋다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 임신 때마다 새로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전 임신 때 맞았어도 이번 임신에서 다시 접종해야 한다. 임신할 때마다 항체를 새로 만들어야 태아에게 최대량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임신 중에 주사 맞아도 안전해요?"
이 질문을 제일 많이 하게 되더라.
접종 부위의 통증, 발적, 미열, 몸살 등이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일시적이며 심각한 부작용은 드물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에 의하면 조산이나 사산, 기형아 발생 등의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
오히려 맞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임신 중 Tdap 백신을 접종하면 생후 2개월 전에 아기가 백일해에 걸릴 위험이 약 8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80%라는 숫자가 꽤 크게 느껴졌다.
나와 가족도 맞아야 할까
코쿤 전략(cocooning)이라고 해서, 신생아 주변의 가족도 함께 접종하면 아기를 보호하는 효과가 더 커진다. 특히 백일해 백신은 동거 가족 접종을 권장한다.
특히 신생아와 밀접하게 접촉할 수 있는 부모나 친척들은 Tdap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안전하다. 성인에게는 10년마다 한 번씩 Tdap 접종이 권장된다.
조부모님이나 자주 아기를 만날 가족이 있다면, 아기 만나기 최소 2주 전에 맞춰야 항체가 형성된다는 것도 기억해두면 좋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현실적인 이야기다.
일반 산부인과나 내과에서 맞으면 보통 4만~6만 원 사이다. 병원마다 다르고,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보건소 무료접종 확인하기
지자체에 따라 임신 27주 이상 임산부와 배우자를 대상으로 Tdap 무료접종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 경기 각 구·시·군 보건소에서 모자보건실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데, 예산이 소진되면 종료되기 때문에 방문 전 꼭 전화로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전화할 때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임산부 백일해 Tdap 무료접종 지금도 가능한가요? 배우자도 해당되나요?"
준비물은 보통 임신확인서(산모수첩),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정도다.
두 번째, 인구보건복지협회 가족보건의원
보건소 대상이 아닌 일반 가족이라면 여기가 가장 저렴하다. 일반 병원 대비 30~40% 저렴한 3만 원 초중반대로 맞을 수 있고, 서울 광진구, 경기 수원 등 전국 여러 지점이 있다. 방문 전 전화로 재고 확인 필수.
세 번째, 심평원 비급여 진료비 조회
보건소도 가족보건의원도 멀다면, hira.or.kr에서 동네 병원별 백일해 주사 가격을 직접 비교할 수 있다. '비급여 진료비 정보'에서 지역과 'Tdap' 또는 '백일해'로 검색하면 된다. 생각보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에 한 번은 확인해볼 만하다.
더 자세한 지역별 무료접종 정보와 저렴한 병원 찾는 법은 아래에 정리해뒀다.
� 백일해 예방접종 무료 지원 대상 및 저렴한 병원 찾는 법
27주가 되던 주에 보건소에 전화를 했고, 운 좋게 예산이 남아 있어 무료로 맞을 수 있었다. 접종 후 팔이 좀 뻐근했지만 하루 이틀 만에 괜찮아졌다.
병원에서 맞는 것보다 훨씬 싸게, 그리고 아기에게 전해줄 항체를 하나 챙긴 것 같아 왠지 뿌듯했다.
임산부에게 예방접종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적어도 백일해만큼은 그렇다. 아직 27주가 안 됐다면, 달력에 표시해두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