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존재, 이름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름이 존재하지 않으면 들판에 핀 이름을 알지못하는 수많은 꽃처럼 꽃들 하나하나는 나의 곁에 있으나 기억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면서 다시 만나고 싶어도 다시 만나기 어려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우리들 삶속에서 그 꽃은 존재하나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사회를 만들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는 반드시 이름이 필요하다. 사회적 삶에서 이름은 존재이자 역할이다. 이름을 가진 존재만이 내 기억속에 머물 수 있고 나에게 그 존재의 의미를 줄 수 있다. 이름은 존재를 의미하지만 존재 그 자체는 아니다. 우리 모두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지만, 세상이 나에게 준 나의 이름들이 곧 나의 존재는 아니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가진 페르소나를 벗어버리고 세상으로 부터 탈출하거나 가진 페르소나를 버리고 싶어한다. 나라는 존재보다는 내가 가진 특정 이름 하나의 무게에 너무나도 몰입한 나머지 나를 잃어 버리고 지치고 혼미해진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세상의 아름다운 색들은 빛이 존재하기에 존재한다. 색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색이 없더라도 세상은 존재한다. 색이 없다고 하여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아니고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세상은 빛을 맞이하면서 저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다른 빛을 보인다. 우리도 저마다 상황마다 때로는 밝은 이름을 때로는 흐린 이름을 보인다. 각각의 빛으로 인해 그 존재들이 변하지 않듯, 흐린 이름도 밝은 이름도 지친 이름도 우리를 변하게 만들지 못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와 빛이 하나가 되어서는 안되고 존재로서 빛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이름이 살아가는 것을 나는 바라본다. 그리고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