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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9. 2022

한전 본사의 추억---삼성동에서 느끼는 소회

한전 본사의 추억---삼성동에서 느끼는 소회

2013


서울 삼성동은 올림픽을 대표하는 송파구와 테헤란로가 시작되는 강남의 요충으로, 코엑스라는 젊은이들의 전유물 같은 시설이 있어 연일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그 바로 맞은 편에 영동대로를 건너면 한국전력본사가 있어서, 15층 서쪽 코엑스를 바라보는 쪽에 내 사무실이 있었기에, 그리고 은퇴하고 다른 직장에 다니는 요즘은 걸어서 30분 거리에 내 집이 있어서, 나는 삼성동에 자주 나간다. 현대백화점이나 호텔, 무역센터, 카지노, 봉은사, 대규모 서점, 영화관들과 함께 이 거리는 하루에도 수십만 명의 내외국인이 들락거리는 명소가 되었다. 

요즘도 자주 나가는 삼성동. 책도 사고, 전시회도 구경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한다. 한전 본사 강당은 은퇴자들도 사용할 수 있는 예식장이 있어 해마다 여러 번 예식에 참석하고, 내 두 아들도 거기서 결혼식을 했고, 거기서 나는 지인의 주례도 몇 번 선 적이 있다. 

코엑스와 한전 사이의 영동대로에서는, 때로는 대규모 야외 행사가 열려 유명가수의 공연이 벌어지기도 하고, 마라톤도 열리고, 해마다 국화전시회도 열리는 곳이다.

 내 기억에 가장 인상깊었던 행사는 역시 2002 월드컵 행사. 그 때 경기기간 내내 나는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카메라를 들고 코엑스 부근을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대규모 화상을 보면서 경기를 관전하던 젊은이들 숲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포착했다. 특히, 4강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벌어진 축하 카 퍼레이드는 코엑스에서 출발하여 시청으로 향했는데, 그 때 내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면서 촬영한 ‘승리의 물결’이라 이름을 지은 파노라마 사진은 지금도 내 거실을 장식하고 있다.   


이제 그 삼성동 한전시절도 어느덧 끝나나 보다. 

한전 본사 마당에 가면, 가운데에 조성된 파란 잔디밭 가장자리에 서울시 최우수 조경상을 받은 소나무들이 둘러싼 가운데, 남서쪽 모서리에 한전인상이라는 동상이 서 있다. 

일년 내내 지구를 두 손으로 떠받치고 서있는 정말로 고달픈(?) 동상이다. 그 동상 뒤에는 해마다 한 명씩 뽑은 한전인상과 청훈상 수상자의 명단을 동판에 새겨 붙였는데, 1991년도 한전인상 대상을 받은 내 이름도 거기 붙어있다. 

누군가에게 나를 좀 자랑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그를 데리고 조용히 잔디를 밟고 가서 내 이름을 보여준다. 내 딸은 거기 가는 때면 꼭 내 이름을 빛내어 준다. 동판에 새겨진 내 이름자를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주니 말이다. 


그런 한전이 이제 삼성동시대를 마감하고 전남 나주로 이사를 간단다. 삼성동 추억을 새기며, 그리고 노년이 되어서도 아직도 삼성동에 많은 추억을 심고 있는데, 한전 본사가 이사를 간다는데 내 추억도 같이 따라 갈 수는 없으니 참으로 섭섭하다.


*2022년 현재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황성 옛터’처럼 을씨년스러운 ‘한전 옛터’ 주변을 지나 온다. 現代자동차의 GBC건축공사도 건설 중이고, 서울의료원도 헐리고 있고, 한국감정원도 무슨 업체가 들어온 모양인데, 이 초가을을 맞는 썰렁한 바람이 불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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