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본사의 추억---삼성동에서 느끼는 소회

by 무릉도원 김수형

한전 본사의 추억---삼성동에서 느끼는 소회

2013


서울 삼성동은 올림픽을 대표하는 송파구와 테헤란로가 시작되는 강남의 요충으로, 코엑스라는 젊은이들의 전유물 같은 시설이 있어 연일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그 바로 맞은 편에 영동대로를 건너면 한국전력본사가 있어서, 15층 서쪽 코엑스를 바라보는 쪽에 내 사무실이 있었기에, 그리고 은퇴하고 다른 직장에 다니는 요즘은 걸어서 30분 거리에 내 집이 있어서, 나는 삼성동에 자주 나간다. 현대백화점이나 호텔, 무역센터, 카지노, 봉은사, 대규모 서점, 영화관들과 함께 이 거리는 하루에도 수십만 명의 내외국인이 들락거리는 명소가 되었다.

요즘도 자주 나가는 삼성동. 책도 사고, 전시회도 구경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한다. 한전 본사 강당은 은퇴자들도 사용할 수 있는 예식장이 있어 해마다 여러 번 예식에 참석하고, 내 두 아들도 거기서 결혼식을 했고, 거기서 나는 지인의 주례도 몇 번 선 적이 있다.

코엑스와 한전 사이의 영동대로에서는, 때로는 대규모 야외 행사가 열려 유명가수의 공연이 벌어지기도 하고, 마라톤도 열리고, 해마다 국화전시회도 열리는 곳이다.

내 기억에 가장 인상깊었던 행사는 역시 2002 월드컵 행사. 그 때 경기기간 내내 나는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카메라를 들고 코엑스 부근을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대규모 화상을 보면서 경기를 관전하던 젊은이들 숲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포착했다. 특히, 4강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벌어진 축하 카 퍼레이드는 코엑스에서 출발하여 시청으로 향했는데, 그 때 내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면서 촬영한 ‘승리의 물결’이라 이름을 지은 파노라마 사진은 지금도 내 거실을 장식하고 있다.


이제 그 삼성동 한전시절도 어느덧 끝나나 보다.

한전 본사 마당에 가면, 가운데에 조성된 파란 잔디밭 가장자리에 서울시 최우수 조경상을 받은 소나무들이 둘러싼 가운데, 남서쪽 모서리에 한전인상이라는 동상이 서 있다.

일년 내내 지구를 두 손으로 떠받치고 서있는 정말로 고달픈(?) 동상이다. 그 동상 뒤에는 해마다 한 명씩 뽑은 한전인상과 청훈상 수상자의 명단을 동판에 새겨 붙였는데, 1991년도 한전인상 대상을 받은 내 이름도 거기 붙어있다.

누군가에게 나를 좀 자랑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을 때, 그를 데리고 조용히 잔디를 밟고 가서 내 이름을 보여준다. 내 딸은 거기 가는 때면 꼭 내 이름을 빛내어 준다. 동판에 새겨진 내 이름자를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주니 말이다.

그림5.png


그런 한전이 이제 삼성동시대를 마감하고 전남 나주로 이사를 간단다. 삼성동 추억을 새기며, 그리고 노년이 되어서도 아직도 삼성동에 많은 추억을 심고 있는데, 한전 본사가 이사를 간다는데 내 추억도 같이 따라 갈 수는 없으니 참으로 섭섭하다.


*2022년 현재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황성 옛터’처럼 을씨년스러운 ‘한전 옛터’ 주변을 지나 온다. 現代자동차의 GBC건축공사도 건설 중이고, 서울의료원도 헐리고 있고, 한국감정원도 무슨 업체가 들어온 모양인데, 이 초가을을 맞는 썰렁한 바람이 불고 있더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기의 고마움---‘오캐’에서 겸손과 덕을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