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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18. 2022

4.19, 5.16 그리고 김종필

4.19, 5.16 그리고 김종필

2004


   오늘 4.19혁명 44주년.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44년 전, 한적한 시골의 중학생이던 나는 영문도 모른 채 혁명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혁명이 무언지도 모르면서, 그저 “세상 다 바뀐다”고 하던 혁명 그게 44년 전의 일이라니….

   그로부터 들어선 민주정권이 얼마 지나지 않아 5.16 혁명으로 민주주의는 멀리 뒷걸음쳤다고들 하는데, 그 말도 잘 이해하기는 어렵고, 그러구러 40년이 훨씬 넘었다. 혁명군의 최고급 두뇌로 등장하여 여든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정치를 주름잡은 김종필씨가 오늘 하필 4.19날에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정계를 은퇴했다. 

   "혁명공약. 1. 우리는 반공을 국시의 제1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적이고 구호에만 그친 반공태

세를 재정비 강화한다".

   모든 학생들이 다 큰 소리로 달달 외우던 혁명공약을 김종필씨가 지었다 하여, 그 당시 인기와 존경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승만 대통령을 닮은 듯한 용모에 뛰어난 머리….

   5.16혁명으로부터 약 7~8년 후, 내가 공전 5학년 때, 어떤 인연으로 울진 중학교에 국회의원 선거 지원유세를 위해 내려온 김종필씨의 연설을 들었다. 연설 잘 하기로 소문난 그가 오늘 과연 무슨 놀랠 말을 할지 궁금해하면서 유세장으로 가 보니, 중학교 교정을 가득 메운 유권자들에게 김종필씨는 특유의 거침없는 연설을 해 나갔다. 


“여러분! 혁명정부가 들어서고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많이 나아졌습니까! 얼마 전까지도 아침에 어른을 만나면 ‘아침 잡쉈습니까?’라 인사하고, 저녁에 만나면 ‘저녁 잡쉈습니까?’가 우리의 인사였는데, 그러던 우리가 이제는 '안녕하십니까?' 라고 인사하지 않습니까?”


   그의 궤변같은 지당한 달변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그가 대통령 한 번 못 해 보고 물러나니 서운하다. YS도 DJ도 다 대통령 했는데... 3김이면 다 한 번씩 골고루 나눠 할 일이지.

   충청의 자존심 김종필은 열화와 같은 충청도민들의 인기를 업고 한 세월 풍미했지만, 노무현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공약으로 일부 도민은 재산이 몇 배로 뻥튀기 되었는데도, “김종필이 충청도에 해 놓은 게 뭐 있어?” 하면서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열린우리당을 전폭적으로 밀어주었다. 민심이반, 격세지감. 바로 그런 말처럼, 즉 JP가 충청인 만을 위해 별다른 일을 하지 않았다는 그것이 JP가 나라 전체를 위해 제대로 일을 한 사람이라고 역설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내가 전문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세를 들어 살던 집은 단칸방이었다. 매일 어렵게 살던 내가 한전에 입사해서, 당시로서는 제법 많은 월급을 한 푼 허투루 쓰지 않고 집에 갖다 드려도 도무지 어느 자리를 메꿨는지 알 수가 없던 우리집 생활을 이만큼 살게 해준 5.16 혁명의 주체 김종필씨에게 나는 경의를 표한다. 박정희와 김종필이 만든 국립공업고등전문학교. 그 때문에 군대 가기도 전에 취직한 나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런데, 왜 그는 박정희의 참모로 혁명공약을 만들 정도의 브레인이면서, 그리해서 우리나라의 굶주림을 걷은 한 명의 선각자이면서, 그 후에도 수십 년 간 이 나라 정치를 주무르면서, 왜 ‘제2의 경제도약’ 2만불 시대를 주도하지 못한 것일까? 난 정말로 그의 혜안이 어두워진 것인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오늘은 하필 같은 날에 한국노총을 대표하여 국회 진입을 노리던 녹색사민당의 김남순 위원장도 총선패배의 책임을 치고 물러났다. 민주당의 한화갑 의원은 영욕의 수난을 겪더니 다시 살아나, 몇 석 안 되는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이 되어, ‘부잣집 거름자리 긁어모아 3년 농사’라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감정이 교차한 날이다.


   4.19 영령들이여! 시끄럽지 않은 세상에서 편히 잠드소서. 여긴 이렇게 지지고 볶아도 한국사람들 발전합니다. 하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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