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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19. 2022

경술국치 100년 니캉네캉(日韓根韓) 화해법

경술국치 100년 니캉네캉(日韓根韓) 화해법

2013.8.17


나는 개인적으로 네 번의 일본 연수와 수차례 출장을 통해 기술을 많이 배웠고, 지금도 친구 스즈키씨 가족을 사귀고 있다. 1978년에 처음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장녀 노리코는 초등학생이었는데, 그 후에도 나는 두 번이나 더 방문했고, 이제 노리코는 결혼하고 우리 탤런트 ‘원빈’을 좋아하는 한류여성이 되어, 그간 한국을 아홉 차례나 방문했고, 한국말도 이 메일도 아주 잘 쓰는 부인이 되어 있다.

재작년에 노리코 부부는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을 방문하여, 나는 간만에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하니, 한일관계에서 독도문제나 교과서 문제, 망언이 나올 때마다 일본인 정치가들을 이해할 수 없지마는, 스즈키씨나 노리코의 생각은 어떤지, 혹시 그들도 뭔가 불편은 없는지, 내 마음도 편하지는 않다. 

 올해 경술국치 100년의 해. 양국관계의 화해협력 방법에 대해 신문에 기사가 많이 실리고 있다. 한류스타 이병헌을 만난 하토야마 총리와 그의 부인에 기대가 컸는데, 그 사이 바뀐 총리 간 나오토 담화형식의 사과가 나올 거라는 뉴스도 들려오지만, 또 한 번 추가되는 일본식 격식에 우리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 동안 두 나라는 참으로 불편한 관계였다. 조총련, 재일교포 북송, 일본 극우파의 극렬한 망발, 왜곡을 강행하는 교과서 문제, 텍도 없이 우기는 독도문제, 일본천황의 한국방문 문제, 친일파 논란, 위안부 문제, 징용자 임금문제, 삼성과 소니의 경쟁….

지난 100년 이전에는 한국이 문화적 스승이었다는 점에서 한국민은 너나 없이 “훈도시 차고 칼이나 쓰는 민족”이라고 일본을 깔보고 무시했다. 조선에서 물건이 건너가면 ‘하쿠라이(舶來)’라는 말로 갖고 싶은 대상이었던 우리 문물이었건만, 왕조 후반에 너무 文弱에 빠진 조선은 武强한 일본에 국권을 강탈당하고, 식민지배의 치욕을 겪은 나머지 민족말살 위기에서 미국의 승전으로 광복되었는데, 우리는 지금 그다지 잘 살지도 못하면서 세계 제2경제대국 일본을 경멸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가 되어 있다. 


  요즘 한일 화해에 대해 고명하신 어른들의 고견들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나는 ‘니캉네캉(日韓根韓) 화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본 정치가의 상투적 사과는 효력이 거의 없고 공연히 감정만 더 쌓이게 한다. 그러니 일본 천황이 직접 총리대신을 대동하여 서울에 와서 진심을 보이고, 약탈한 문화재를 모두 돌려주겠다는 건전한 약속과 함께, 하나의 문서를 반환해야 한다. 지금도 일본 외무성 금고에 깊이 들어있다는 치욕적인 ‘일한병합에관한조약’ 문서. 그 문서가 효력이 있건 없건 이제 만천하에 한국 대통령과 일본 수상이 같이 불태우게 함이 가장 효과적인 화해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천황이 나서서 이런 화해책을 쓴다면, 일본은 이 글로벌세상에서 大國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고, 그러지 않는다면 이대로 ‘저속한 국가’로 존속하는 것을 우리는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나는 친구로서 진심으로 일본에 권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런 일이 일어나건 안 일어나건, 내 친구 스즈키씨와 딸 노리코와의 인연은 이어질 것이다. 니캉내캉의 정신으로 살 것이다. 

우리가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다 보면, 언젠가는 세상에서 한국인과 DNA가 가장 많이 닮았다는 일본인들로부터 “니캉네캉(日韓根韓)”이라는 말을 들을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 즉, 한국이 일본의 뿌리라는 네(根)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힘을 키워야 한다. 힘도 없으면서 식민지배를 받은 것이 뭐 그리 유세를 피울 일이라고 그들을 깔보는 것인가!

 이 참에 우리 한국민이 고쳐야 할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文을 가르쳤다고 스승인가? 武는 과연 경멸의 대상인가?”라는 화두다. 

文과 武에 대해 우리 생각을 고치자는 것이다. 文이 武보다 결코 윗자리를 차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士農工商의 몹쓸 서열이 조선 패망의 원인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오늘날까지도 이 망국적 풍조 때문에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보는데, 武를 키워 文武를 겸비하지 않으면 일본에 앞설 수 없고, 천황이 사과하든 문서를 파기하든, 우리 힘이 약한 상태에서의 화해는 마음의 그늘을 지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우리 힘이 강한 상태가 되면, 지금까지의 일본에 대한 경멸은 오히려 아량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과학, 기술, 기능의 이공계를 상징하는 武가, 양식, 사고, 전략의 인문계와 나란히 국가라는 수레의 두 바퀴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文과 武 두 자가 합치면 ‘빛날 빈(斌)’자가 된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니킹네캉 화해는, 일본의 진정성과, 한국의 국력이 강해져야 함이 열쇠다.  


  *2022년 현재

   일본경제연구센터는 12월 14일 발표한 ‘2035년까지 아시아 경제 예측’에서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는 대만에, 내년에는 한국에 각각 역전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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