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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19. 2022

애피소도(愛彼笑道)--남을 사랑합시다

애피소도(愛彼笑道)--남을 사랑합시다

   2015


이 글은 옛날을 회상하시는 나마니들(노인)과 나누고자 쓰는 글입니다.

영화롭던 옛날은 추풍낙엽이니, 나를 나무로 생각하면 쓸쓸해집니다. 그러니 이제는 방향을 바꾸어, 나를 사랑하던 마음에서 남을 사랑해보세요. 남(후배)을 사랑하여(愛彼) 웃을 거리가 많아지는 웃음나는 방법(笑道)입니다. 愛彼笑道는 남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지다가, 갑자기 “오냐 다 그런 거지”라며 나를 버리면, 화는 치밀어도 쓸쓸해지지는 않지요. 즉, 이제는 대접받을 생각은 말라는 거지요(이미 그런 생각을 접으신 분이 많으실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학대하면 안 되지만, “나는 별 거 아니다”라고 생각해야 해요. 이제는 후진들을 배려하면서, 양보하면서 살아야지요.


  제1화 저 놈이 못 본 척할 때

인간의 시야는 약 180도 각도입니다. 웬만하면 이 어른이 나타나면 제 놈 눈에 내가 보일 텐데, 권력이 있던 실세 상사 시절과 달리, 이해관계가 없거나 ‘권력을 잃은 옛 상사’가 얼씬거리면 못 본 척하는 게 인간심리지요. 이걸 보고도 못 본 척하는 “無視한다” 라고 말합니다.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가 제일 화딱지 나는데, 그 때는 속 상하지 마시고 이쪽에서 먼저 인사하세요. “게다이(Good day: 호주식 발음), 구텐모르겐, 봉주르, 오하이요우, 쟈오 샹!” 이러면 아마 적게 무시할 겁니다.  그런데 나이 들어도 길거리 지나갈 때 젊은 여자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녀들은 절대로 남자 노인에게 눈 길 한 번 안 줍니다. 얼마나 똑똑한데요. 그 때도 내가 먼저 “게다이, 구텐모르겐, 봉주흐, 오하이요우, 쟈오 샹!” 했다가는 귀쌰대기(貴士大己) 얻어걸립니다. 

이건 세상이 바뀐 게 아니고 내가 늙은 것이 문제입니다. 누가 뭐 어쩐다 했나? 그냥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할 뿐인데도, 이게 죄가 되는 세상이니, 젊은 여성에게서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보려는 것은 그만 포기하시지. 그 대신 말이요. 나이 든 부인, 아주머니, 할머니에게서 중후한 아름다움을 찾으세요. 노인들이여 길을 걸어 보세요. 어쩌다 눈길 주는 사람은 나이 많은 할머니들뿐일 걸요?


제2화 맞지. 싸모님이 배우자 맞지.

현역과 통화를 하는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저 쪽에서도 궁금한 걸 물었다.

“배우자 분도 안녕하셔유?”

저런 저런! 쳐죽일 놈 하고는!

‘싸모님’이라 부르며 치맛자락 붙들려고 하던 때가 엊그젠데, 그 사이 몇 년 사이에 무슨 한글 언어학자라도 되었나 ‘사모님이 아니고 배우자님’이라고라?

 그렇습니다. 과거 끗발잇던 시절에는 다 슬슬 기었겠지만, 세월 가면 그런 거 누구도 다 싫어해요. 당신도 그렇잖아요? 옛 직장 선후배 모임에는 골라서 나가려 하지요? 노 선배님들이 많은 데서 아무리 초청해도, 가보면 제일 졸병인 줄 뻔히 아는데 뭐, 나이 70 넘어 누가 쫄따구 노릇 하고 싶겠나요?


제3화 어라? 조것이 말을 막 가로채요

직장에서는 상하 간에 전화든 대화든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벌린 경우, 응당 당연히 옵코우스-모찌롱-말하나마나-아랫 것이 당황해하면서 말 할 기회를 윗사람에게 양보하게 마련이지요.

은퇴해서 전화 한 번 해봐요. 이게 그게 아닐 걸요?

 “어디서 감히 어른이 말씀하시려고 하는데 가로막고 나서서 지가 마구 말을 해댄다냐? 헛 참 기가 막혀서 나 원!”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비애를 느끼지 마시고, 젊은이 말부터 들으세요. 그에게서 배우세요 뭔가를.  우리 어렸을 때는 길을 가다가 어른이 나타나면 먼저 가시게 물러서 있기도 했지요. 그 생각이 나쁜 건 아니니, 계속 그렇게 양보적인 행동하심이 좋습니다. 젊은 남녀들이 나타나면, 그들은 바쁜 일 할 게 있을 테니, 먼저 빨리 가게 양보해 주는 것이 노인의 도리입니다. 


제4화 상석 권유

현역들과 만나면 상석(上席)문제로 언제나 한 번은 엉거주춤하게 되지요.

옛 상사를 배려한다면 응당 현역이 상사를 상석에 모셔야 하는데, 그걸 또 상사가 덥썩 그냥 앉으면 후배 현역이 꼬나볼지도 모른다. 상석이란 과거에 많이 누려보았듯이, ‘서빙하는 사람이 잘 보이는 좌석’일진대, 지금 만난 현역과 아주 차이(나이나 직급 등)가 큰 상사분이셨다면 당연히 상석에 앉으시고, 2~3년 정도 뭐 비슷했다면 현역에게 양보하셔.

 이 때 현역이 마지못해 상석에 앉으면서, 퇴직선배를 자기 옆자리로 권하면 이거야말로 참 보기 좋은디…. 혹시, 현역이 워낙 나이 차이가 나거나, 옛날에 특수관계였다면, 그 때 계속 상석을 양보하거들랑, 상석에 가시되, 그를 옆자리로 이끌어 주세요.


제5화 현역들의 모임에 초대받을 때

현역들과 섞여 모이는 공식석상 VIP좌석에는 명패를 놓지요. 로열석이 아니라도 좋으련만 내 이름표가 놓이지 않으면 참 서운하지요.

부르기는 왜 불러놓고서 “저 쌔까만 후배 현역은 VIP좌석에 배치하고 나는 어찌 이름도 없냐?”고 섭섭할 때도 있을 겁니다만, 양해하세요. 어르신의 시대는 지나갔으니까요.

 실은 거기 들어가시면 안 되는 자리였는데 눈치도 없이 들어가게 된 경우도 있을 건데, 그 때는 후배들 잘못은 아니지요. 지금 후배들은 어르신을 VIP 대접받을 자격이 없다고 보는 거니까, “다 그러려니~” 하세요.

 “나이 70 넘으면 애경사에도 꼭 안 나가도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너무 그렇게 찾아다니지 않는 것도 좋고, 만약 자발적으로 찾아 가신다면, ‘자리’ 가지고 신경 곤두세우지 마시거나.

 굳이 대우받고 싶으시다면,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체력을 키우고 실력을 연마하여 더 높은 자리를 찾아 챙겨 앉거나!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1925년생으로, 2019년에 83세도 아니고, 무려 93세에 당당하게 일국의 총리에 당선되었는데 뭐, 못 할 건 또 뭔교? 


 *2022년 현재

마하티르는 93세에 두 번째 총리를 역임했고, 금년에 97세인데 세 번째 총리에 출마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네요. 아하. 얼마 후에 들으니 소속당이 선거에 패배해서 출마가 안된다고 하네요.


제6화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 모르면 망신당한다 

요즘 쓰레기 분리 수거하는 요령은 남자들이 더 잘 알아야 한다. 분리수거 하는데 가보면 남자들이 득시글거리죠. 그런 거냐고요? 허허 아직 세상 너무 행복하게 사시는군.

요즘 누가 여자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합니까! 심지어 음식물 찌꺼기도 남자가 처리하는데…

아 그 왜 있잖아요? 탤런트 주현이가 비닐봉지에 싼 음식물 쓰레기 갖고 승강기에 탔다가 냄새 때문에 망신 떨고서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계를 구입하는 CF 보셨잖아요? 

거 보세요. 주현 같은 능력있는 남자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잖아요. 아님 꼽쳐 두었던 돈으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하나 사시든가.

 가지고 나간 것을 어느 통에다 버려야 맞는지 잘 모르실 때, 대충 비슷한 데다 버릴 생각 절대 그 짓은 하지 마세요. 어둑어둑한 시간일지라도, 어떤 젊은 놈이 나타나서, “쓰레기 분리배출법도 모르십니까”라고 대들 거니까요. 

봉변당해요. 이런 걸 봉변이라 하지요.


제7화 손자를 봐 줘야 하나?

선진국에서, 공식 시설이 아니고, 가정집에서 보모 일을 수입원으로 하는 아주머니들이 있어서, 애기를 몇 명씩 맡아도 잘 돌보기도 하거니와, 애들 교육까지도 아주 잘 시킵니다. 이를테면, 뭐 잊어버렸다고 애가 징징대면 “너무 걱정 마. 아마도 저녁 때까지는 찾을 수 있을 거야” 라고 애기를 다독거리지요.

우리나라는 친 엄마라도 애가 귀찮게 한다고 야단치다가 나중에는 못 참고 한 방 알밤 메기는데…. 보모라는 사람한테 애를 맡기면 수면제를 멕여 죙일 잠재운다나 워쩐디여? 그게 다 후진국에서 일어나는 일이지요.

 아무튼 “은퇴하신 분들은 손주 봐주지 마세요”라는 말이 정석처럼 되어 있는데, 웃기시네. 막상 닥쳐보세요 안 봐주고 배기나? 우선 누구에게 애들 맡기면 한 달에 200만원 정도는 줘야 되니, 이게 우선 안 봐줄 수 없는 첫째 이유고요,  

“폭삭 늙기도 하지만 여행도 못 가고 이건 정말….” 이라는 말도 잘 생각하셔야 해요. 자식들 키울 때 못다 주었던 정을 손주들에게 줄 수 있는데, 그거 싫다고요? 예끼, 인정머리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는 양반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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