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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0. 2022

권력이동(Power Shift)에서 권력이용(Power

권력이동(Power Shift)에서 권력이용(Power Use)시대로

2013. 8 


수년 전에 이 세상에 나온 권력이동(Power Shift)이라는 말은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사건들을 한마디로 정리한 말이었다. 정보와 지식의 권력을 가진 자(위)에서 못 가진 자(아래)로의 이동(移動)이 아니라, 인터넷과 휴대폰의 출현으로, 권력 위에 권력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세상으로 평준화되면서, 누구나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한 세상이 되었으니, 나도 이를 실감한다. 

옛날에는 뭐 일본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책을 많이 읽는데 우리는 안 그렇다고 하던 얘기도, 이제는 스마트 폰 출현으로 그 말도 옛날얘기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요즈음 지하철 타고 이어폰을 안 끼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지 않으면 후진 사람 같은 시대다. 나도 이 나이에 이어폰을 끼고 다니지만, 고개를 돌려보면 나만큼 나이든 분들도 다들 그러고 있다.


권력은 ‘이동’에서 ‘이용’으로 Shift한다.


이것은 내가 만든 말이다. 권력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던 시대를 지나, 수평으로 평준화된 시대도 또 지날 것이다. 이제 수년 후에는, 이동이라는 말도 안 쓰고, 이용(利用)에 따라 권력이 달라질 것 같다. 

물론 노인보다 젊은이가 권력을 잡고 득세(?)하겠지만, 온갖 분야에 온갖 좋은 내용들이 등장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누가 더 많이 이용하느냐, 바로 그 사람이 권력을 움켜쥐게 될 것 같다. 그러니, 아직 이 메일도 안 하면서 “불편하지 않다”고 말하는 친구들은 머지않아 직장 은퇴와 함께 자신의 권력을 몽땅 잃을 수 있어 위험하니, 배워야 한다.


그런 평준화된 권력이동이 대세이지만, 요즘 나는 사회인으로서 지위와 명예와 돈을 잃은, 나이들어 후배들에게 내 권력을 다 넘긴 진짜 권력이동을 실감하는 사람이 되었다.

우스개 말로 왕년에 내가 ‘데리고 일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권력자가 되었고, 나는 나에게서 빠져나간 권력을 얼떨떨한 기분으로 쳐다보는 날이 많아졌는데, 이것이 아무리 자연스럽다고는 하나 내게는 처음 있는 색다른 맛이다. 

  또 다른 것은, 그로 인해 어디서나 쉽게 무시당하는 것 같은 섭섭한 마음에서 잘 삐치게 된다는 것. 왜 그렇게 남이 그냥 하는 말 한마디에 섭섭하고, 무심코 하는 태도 하나에 쉽게 섭섭해지는지, 이 또한 권력을 잃어가는 사람의 색다른 맛이라 하겠다. 허허 이것 참! 

그럴 때 나를 위로하는 말은 이것이다. “수년 후엔 너희도 섭섭해질 거다”. 그런다고 잃은 권력이 되찾아지는 것도 아니니, 사실 뭐 그 말 한다고 속이 편한 것도 아니다.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권력을 잃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삐침에 잠긴 시간이 많아져서 권력 집착이 더 커지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2022년 현재

추노(醜老) - 도망간 노예를 쫓는 추노(追奴)가 아니라, 추한 노인의 욕심이라는 소리를 들을 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하면 남은 권력의 꼬랑지라도 더 오래 붙들고 늘어질 수 있을까? 

그 방법은 권력이동을 슬퍼 말고, 권력이용을 잘 하면 될 것 같다. 

저~ 무궁무진한 가상공간에서, 무한한 지식을 얻고-쌓고-씹고-뜯고-맛보고-즐기고! 얼쑤! 

그것이면 어떤 권력이동에도 나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권력이동의 시대를 겪었으니, 진짜 속세의 권력이동의 슬픈 맛도 보았으니, 이제는 내 나름대로 권력이용을 잘 해서, 나의 권력을 찾을 수 있는 가상공간과 메타버스로 빨리 갈아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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