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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0. 2022

꾀임과 Game

꾀임과 Game

2022

 

Game은 일종의 꾀임이고, 꾀임은 Game에서 시작된다. 두 단어는 발음도 비슷하여 재미(오락)-유혹-중독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가지고 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부터 이 문제는 뿌리가 같은 모양이다. 

늘 인터넷 게임이나 휴대 게임, 도박 등 게임중독에 빠진 사람의 뉴스가 나오는데, 한 번 발 들여 놓으면 헤어나기 어려운 게임은 실은 참 재미있고, 또 해가 갈수록 게임 내용은 더 재미있는 컨텐츠로 우리를 유혹한다. 이제 게임 컨텐츠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좋은 아이템이 된 것도 사실이다. 게임에 중독되면 안 된다고 하면서 세계인을 상대로 게임에 빠져들게 꾀는 게임 컨텐츠. 이렇게 말하면 겉 다르고 속 다른가?


몇 년 전에 어린 외손주에게 전자 게임기를 하나 사 준 적이 있는데, 얘가 노는 방법을 배우더니 이내 게임기에서 눈을 떼려고 하지 않아, 딸과 사위가 고함을 치면서 짧은 시간 동안만 갖고 놀기로 약속을 하던 장면이 눈에 선한데, 며칠 전 딸이 보낸 메일을 읽다가 나도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아이가 너무 오래 게임을 해서 그만 보게 하려고 애 방에 들어갔다가 자기도 그 재미에 빠져 같이 정신을 팔았다는 얘기도 우스웠고, 요즘은 아들보다 오히려 남편이 더 중독되었다는 말은 정말 우스웠다. 


나도 한 때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수년 간 고도리에 빠졌던 일을 회상하면 그 시간들이 너무도 아깝다. 닌텐도 같은 게임이 없던 꼬마 때 이미 우리 또래들은 화투를 즐기며 살았지만, 성인이 되어서 쉬는 시간만 있으면 고스톱을 치던 일을 생각하면 게임이 주는 중독성 꾀임에 몸이 떨린다. 남들이 도박 때문에 망신당하는 것을 우습게 여길 일이 아니다.

지금은 화투장 놓은 지 오래됐지만, 화투 한 번 안 치고도 20년 이상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을 보면 게임은 안 해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게 틀림없다. 


“화투쳐서 부하들 돈이나 따먹으려는 정신나간 간부”. 


이 것이 한 마디로 누가 나를 평가하는 말이 된다면 아마도 나는 조직사회에서 “게임 끝~!” 아닐까? 이렇게 게임은 무섭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숱한 꾀임과 Game이 우리를 유혹한다. 가장 문제되는 것이 게으름. 이에 빠지면 귀한 인생 그냥 허송하는 것이 된다. 

요즘 Game Changer라 해서 세상의 돈을 확 끄는 물건이나 수단을 만들자는 기업혁신운동을 위한 용어가 나타났다. 상업의 판도를 뒤집어 놓는 ‘무기’를 개발하자는 것이지. 

말하자면 토끼사냥에 총을 쓰는데, 세상에 없던 백발백중 총을 개발해서, 남들보다 토끼를 아주 월등하게 많이 잡자는 것이 Game Changer의 본래 뜻일 것이다.

그런데 Game이라는 단어에는 ‘사냥감’이라는 뜻도 있어, 말하자면 토끼 사냥에서 고래사냥으로 바꾼다는 의미로, 기업이 업종을 바꾸는 것. 이 때는 Game Change가 되겠지만.

아무튼 Game에서 사람이 조심할 것은, 세상이 지능화되어 발달할수록, 우리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Game이 사람을 ‘꾀임질’하여 사람을 사냥하려 드니, 인간은 토끼든 고래든 사냥터에서 쫓기는 ‘사냥감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 게임 안 해도 생명에 지장 없다”는 아주 간단한 생각 하나로, 그리고 “즐기는 게임의 종류에 따라 인격이 달라진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해야만, 사람이 Game을 오락으로 즐기고 제어할 수 있다. 


게임은 요즘 나에게 슬픔(?)을 주고 있다. 손주 녀석이 게임을 하느라 이 할아버지하고 안 놀아주고 있다. 틈만 나면 할아버지를 찾던 제 누나도, 저거 부모 일하러 가면 맨날 나하고 놀던 녀석들이, 저거 부모가 얘들을 프로 게이머로 만들 거라며 사준 게임기에 빠져, 이 할아버지는 안 중에도 없으니, 슬프다.


*2022년 현재

 두산 중공업은 Game Changer가 아닌 Game Change를 했다. 원전 수출도 성공해보고, USC1000MW 석탄화력발전도 성공했지만, 한국 정부의 탈원전과 석탄화력 규제로 인해 그 물건은 명맥만 잇고, 연료전지니, 건설 중장비니, 풍력설비, 가스터빈 같은 것으로 바꿨다.  

 고래사냥을 하다가 대구 사냥으로 Game을 바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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