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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0. 2022

자작나무가 사랑받는 이유

자작나무가 사랑받는 이유

2013.9.12


오늘 신문에 청정지역 핀란드에서 온 자작나무 수액 ‘노르딕 코이뷰’라는 상품이 소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방에서 화수액(樺樹液) 또는 길림중초약이라 부르는데, 국내 ‘H음료’사가 수입한다 하니, 언제 한 번 사 먹어봐야겠다. 자작나무에서 나온 수액이니까 맛도 궁금하고, 약리작용도 궁금하다.

 요즘 유심히 살피면, 우리 주변에 자작나무가 도시의 실외 조경용으로도 무척 많이 심어져 있고, 실내 인테리어로도 ‘자연산 줄기+모조 잎’으로 만들어 많이 사용되고 있고, 레스토랑, 펜션 이름에도 자작나무라는 이름이 많이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왜일까? 그 얘기를 좀 하고 싶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하고많은 나무 중에 하필 꼭 “자작나무는 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가?”라 고 물어봐야 할 만큼 중요한 나무는 아니지만, 나는 조금씩 자작나무가 가진 특성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고, 관심이 쏠렸다. 물론 자작나무라는 한글이름이 풍기는 분위기도 있고, 아주 위엄있는 공작(公爵), 백작(佰爵) 다음가는 위엄있는 자작(子爵)같기도 하고, 그래도 뭔가 그다지 멀다고 느껴지지는 아니하고, 오히려 좀 가까이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여서 자작나무가 좋다. 


자작나무는 그냥 턱 보기에도 이쁘다. 나무 줄기에서 흰 가루가 마구 떨어질 것만 같은 뽀얗게 하얀 살은 “마치 눈이 부실 정도”라고도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나무 중에는 드문 나무다. 

그 하얀색을 더 받쳐주는 색은, 줄기에 나 있는, 꼭 사람의 눈 모양을 한 검은 무늬들이다. 이것들이 흰색을 더욱 희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 독특한 무늬다. 

 자작나무는 너무 굵지 않은 몸매로 주욱 벋어 큰 키에, 훤칠한 높이부터 가지가 적절히 나 있고, 이파리 간에 간격이 많아서 답답하지 않고, 잎이 무성한 계절에도 줄기의 모양과 색을 가리지 않고 잘 드러내 주어, 전체적으로 나무모양이 무겁지 않으며, 상쾌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자작나무숲은 바람도 잘 통하고 햇살도 잘 통할 것만 같다. 잎은 연한 연두색을 띄면서 꼭 약한 바람에도 살랑살랑 흔들릴 것만 같이 생겼다. 마치 신라 금관의 옥돌 장식 옆에 붙어 미풍에도 나부끼는 금니파리처럼.


자작나무는, 잎이 노란 색으로 변할 때도 참 아름답고, 그 잎이 다 떨어지는 계절에는, 소나무 산의 초록빛을 바탕으로 한 한지에 세필을 써서 흰 물감과 검은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아름답다. 자작나무는 한 두 그루보다는 군락을 이룬 모양을 멀리서 바라볼 때 보기가 더 좋다.

  자작나무는 옛날부터 쓸모가 많았던 모양이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지금까지 몰랐던 여러가지 지식을 알 수 있었다. 나무껍질은 얇게 벗겨지는데 기름기가 많아서 비를 맞아도 불에 잘 타, 결혼식 후 신방에서 “화촉을 밝힌다”라는 말은 예로부터 이 나무 껍질에 불을 붙여 사용한 데서 유래되었다 하고, 목재는 또한 매우 단단하고 벌레가 먹지 않아 오래 가므로, 팔만대장경 판재로 도 사용되었고, 껍질은 종이 대용으로 쓰여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렸는데, 수천 년이 지나도 잘 썩지 않는다니, 옛날부터 자작나무는 우리들의 삶에 아주 가까운 나무임에 틀림없겠다.


자작나무 수액은 약용으로도 쓰이는데, 진해, 거담, 천식 억제, 항균, 해독, 폐렴, 폐결핵, 요도 염, 만성기관지염 등에 효험이 있다나. 핀란드에서는 자일리톨 성분을 추출하기도 하는 등, 그래 서 그런지 여러 민족이 이 나무를 신성시하기까지 했다니 놀랍다.

 이처럼 자작나무는 여기서 ‘자작나무는’ 이라는 말을 계속 썼지마는 그다지 질리지 않는 ‘자작’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어떤 ‘중독성 운률’ 때문에 계속 반복 들어도 거북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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