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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0. 2022

꿀벅지 금벅지

꿀벅지 금벅지

2015.1.17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탄 이상화 선수의 꿀벅지 금벅지에 대한 얘기가 재미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남자들은 그 선수의 허벅지를 자기 애인이나 아내 허벅지로서 사랑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점이 약간 궁금하다. 

 1960년대 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아련한 옛날 내 중학교 시절에, 하루는 일본시찰에서 귀국하신 장성택 근덕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조회사를 하시면서, 시찰 중 목격하신 일본 여자배구선수들의 모습에 대해 일장 훈시를 하셨다.

“일본 여자 배구선수들 허벅지가 우리 학생들 허리만큼 굵고, 연습하는 얼굴에서는 개기름이 줄줄 흘렀다”는 말씀이셨다.

당시 우리 중학교는 삼척군, 그리고 강원도에서는 육상과 배구 등에서는 꽤나 잘하는 학교였다. 엄청 시골학교인 우리 중학교에는 같은 학년에 정상적으로 여덟 살에 국민학교를 입학한 나보다 서너 살 정도 많은 동창들도 많이 있었으니까, 촌 학교가 운동을 잘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역시 운동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이겠지. 

그런 전통과 정기를 이어받아 훗날 자랑스러운 근덕중학교 출신 후배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가 자라난 것 아닐까? 

한 편, 아닌 게 아니라,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 여자배구는 금메달을 땄고, 이후 한일전에서 우리 여자대표팀이 일본여자배구팀을 이겼다는 뉴스를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이즈음, 다이어트, 헬스, 밸리 댄스, 요가, 에어로빅하는 젊은 여성들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지나치게 S라인을 추구하다가 영양실조까지 걸리는 여성이 많다는데,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화 선수의 꿀벅지는 얼마나 튼튼한 것일까?

그런데 그 선수의 허벅지를 자기 애인인 경우에도 좋아할 청년이 있을까 이 시대에?


여자들이 남자의 뺨을 때리거나, 남자가 처가에 너무 헌신하는 것처럼 여성이 지나치게 우위에 올라서는 대목이 나타날 때마다 내 아내가 하는 말이 있다.

“예쁜 여자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남자들 때문에, 너무 이쁜 것만 찾는 남자들 때문에, 성형이고, 짙은 화장이고, 과한 노출이고 나타나는 겁니다요”라고. 

그렇게 세태가 변해가는 것은, 남자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여자들이 그렇게 변한다는 게 아내의 주장이다.

 금메달 딸 때만 일시적으로 여성들의 꿀벅지를 사랑하는 일은 안 된다. 남자들은 꾸준하게 건강한 여인들을 사랑해야 한다. 회오리치는 듯한 S라인 허리를 가진 여인만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철학박사처럼 변한’ 내 아내의 생각이 맞는 것 같다.


 *2022년 현재

이상화는 행복한 결혼을 했고, 그녀의 뒤를 이어 김민선이 500m에서 몇 차례 연속해서 금메달을 따고 있다. 그녀의 기록은 아직 이상화를 넘지 못했지만, 금벅지가 또 나타났다.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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