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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0. 2022

블랙 홀

블랙 홀 

   2019


바나나 같은 음식물을 오래 두면 길이가 1mm 정도의 작은 파리들이 꾄다. 

그 작은 미물은 어떤 경로로 바나나 껍질 주변에 나타나는가? 껍질에서 갑자기 생긴 건가? 어디에 숨어있다가 바나나 냄새를 맡고 달려온 건가? 

그들은 어떻게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그들은 어디서 왔을까? 썩는 가운데서 파리가 생기는 것일까? 

그 작은 동물이 어떻게 심장을 가졌는지, 심장은 얼마나 큰지, 날개는 무슨 에너지로 움직이는지, 감각은 어떻게 이뤄져서 이 큰 사람의 손으로 잽싸게 잡아채려 해도 잡히지도 않으니, 날아다니는 능력과 살아 숨 쉬고 먹이를 탐하며 자신을 보호할 기능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번식은 어떻게 할까? 경이 그 자체다. 


또 있다. 머리를 오래 감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작은 쌔갱이가 생긴다. 그들은 어디서 올까? ‘머리칼의 더러움’에서 이가 생긴 것일까? 신비롭다. 머리가 더러우면 생기는 것이 하필 왜 쌔갱이인가? 


또 있다. 우린 어디서 올까? 정자와 난자는 정작 그것을 만들어 내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 엄청 관계가 있는 것일까?

목소리를 곱게도 쉬게도 만들고, 성질부리게도 마음 착하게도 만든다. 우린 왜 운명을 타고 난다는 것일까? 왜 믿음이 없으면 안 된다고들 안달일까? 왜 사람들은 서로 만나면 짐승처럼 갈등을 일으키고 전쟁을 치러야 할까? 왜 우주의 생각으로 보면 손 안에 잡힌 파리 목숨처럼 100년도 못 살고 죽음을 맞이할까? 왜 두 엄지 손톱 사이에 눌려 죽어야 하는 이처럼 무엇을 위해서 태어난 것일까? 


우주의 블랙홀.

거기는 다이아몬드도 만들어낸다는데, 거기에 다이아몬드 알이 있는가 아님 씨가 있는가? 

우리가 피운 연기도, 뀐 방귀도, 풍긴 냄새도, 낸 소음도, 띤 표정도, 뱉은 거짓말도 뜨거운 눈물도, 이가 갈리는 원한도, 가슴 시린 미움도, 간절한 욕망도, 사무친 그리움도 심지어 의미를 알 수 없는 꿈까지도, 죽음을 무서워하는 두려움까지도 모두모두 에너지 불멸의 법칙에 의해 저 우주로 날아가 거기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그 속에서 다이아몬드로 탄생되는 것일까?

남이 알 수 없는 모든 것들은 선한 것이든 악한 것이든 아름답든 추하든 모두 검은 곳에서 이뤄진다. 그 깊이도 알 수 없고 도깨비 방망이가 거기 있는지 알 수 없다. 광물도 만들지만 동물도 만든다. 귀를 길게도 짧게도 만들고, 콧구멍을 크게도 들창코로도 만든다.

아 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정말 신기한 예술가의 작품이다. 보통의 예술가로는 안 된다. 

인간은 대기 중에서 숨 한 번 못 쉬면 죽어버리는데 어떤 생물은 깊은 바다 속에서도 살게 한다. 진흙탕에서도 살게 하고 밀림에서도 살게 한다.


모든 기적도 거기서 나오는가? 기적은 정말로 염원이 들어져서 일으키는 창조인가?

블랙홀은 우주에도 그리고 모든 암컷 생명체에도 있는가? 블랙홀에 정자를 주입하는 거대한 남성이 따로 있는 건 아닐까?

생명의 창조와 진화.

이 세상 만물은, 아니 우주 만물은 블랙홀에서 탄생하였는가? 아니면 탄생하여 진화하였는가? 해묵은 의문에 유치하다는 말 들을 논쟁을 하자기보다, 한 번 더 이 생과 이승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나의 운명을 탓하려는 게 아니라 나의 집념이 어디까진지 알고 싶고

나의 분수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나의 의지가 어디까진지 알고 싶고

나의 무능을 핑계대려는 게 아니라 나의 노력이 얼마인지 알고 싶다 

  집념과 의지와 노력이 운명과 분수와 무능을 창조하지는 못해도 진화하게는 할 것이며, 블랙홀의 존재를 알지는 못해도 블랙홀의 신비를 흠모할 수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혼자 생각이지만, 이 세상에는 차원이 11개나 있다.

평면의 1차원, 꺾은 2차원, 입체의 3차원, 떠 있는 입체 4차원, 움직이는 입체 5차원, 꿈 속의 6차원, 생각대로 할 수 있는 7차원, 그 생각을 훤히 보고 있는 8차원, 색즉시공공즉시색 9차원, 그것을 과학으로 증명하는 10차원, 나를 아는 11차원.

 어떤가? 이만하면 내가 지어낸 열 한 개 차원도 “음 그럴듯한데?”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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